시네마카메라 종류, 모델명으로 외우면 안 된다
알쓸
시네마카메라는 모델명이 아니라 네 축으로 본다. 센서 크기·기록 방식·셔터 구조·현장 역할. 알렉사 35는 ProRes 422 HQ·4444·4444 XQ가 전부 12비트 LogC4로만 기록돼서, 구워서 받는 옵션 자체가 없다.
시네마카메라를 알아보려고 검색하면 모델 이름부터 나온다. 그런데 모델은 몇 년이면 바뀌고, 이름을 외워도 다음 기종 앞에서 다시 막힌다.
나누는 축을 먼저 잡으면 그 문제가 없어진다. 축은 넷이다.
슈퍼35와 풀프레임은 뭐가 다른가
센서 크기가 화각과 심도와 쓸 수 있는 렌즈를 한꺼번에 정한다. 네 축 중에 제일 크게 갈리는 자리다.
- 슈퍼16 — 작다. 특유의 룩과 가벼움
- 슈퍼35 — 오랫동안 표준이었다. 렌즈 선택지가 가장 넓다
- 풀프레임 / 비스타비전 — 얕은 심도와 넓은 화각
- 라지 포맷 — 더 크다. 데이터와 렌즈 부담도 같이 커진다
센서가 크다고 좋은 게 아니다. 두 가지가 바로 걸린다.
첫째, 갖고 있는 렌즈를 못 쓴다. 슈퍼35용 시네 렌즈를 풀프레임 바디에 물리면 이미지서클이 모자라서 구석이 잘린다. ARRI 의 ALEXA LF 자주 묻는 질문에도 슈퍼35 렌즈 상당수가 라지 포맷을 못 덮어서 비네팅이 난다고 적혀 있다. 렌즈를 새로 빌려야 하고, 그게 예산에서 카메라 값보다 클 때가 많다.
둘째, 포커스 부담이 올라간다. 같은 화각 같은 T값에서 센서가 크면 심도가 얕아진다. 포커스풀러가 감당해야 하는 폭이 좁아진다는 뜻이고, 배우가 조금만 움직여도 나간다. 촬영 속도가 그만큼 느려진다.
라지 포맷을 고를 때 실제로 따져야 하는 건 화질이 아니라 이 둘이다.
RAW와 ProRes는 뭘 기준으로 고르나
화질보다 데이터 관리로 고른다. 같은 센서라도 무엇으로 받느냐에 따라 후반 인력과 저장 비용이 달라진다.
- RAW 계열 — 센서에서 나온 데이터에 가깝게 기록한다. 색과 노출을 후반에서 제일 크게 만질 수 있다. 대신 용량과 처리 부담이 크다
- 중간 코덱(ProRes 계열) — 압축해서 기록한다. 바로 편집에 올릴 수 있고 가볍다. 애플의 ProRes 백서가 앞세우는 것도 실시간 편집 성능과 줄어든 저장 용량이다
여기서 헷갈리기 쉬운 게 있다. 코덱과 로그는 다른 층위다. ProRes는 그릇이고 로그는 내용물이다. ProRes 안에 로그가 담길 수도 있고 이미 색을 구운 화면이 담길 수도 있다.
옛날에는 실제로 그랬다. 아미라나 알렉사 미니에는 ProRes로 받되 Rec.709로 구워서 기록하는 모드가 있었다. 아미라 사용설명서의 기록 처리 항목이 Log C 와 Look 둘로 갈린다. 그러면 후반에서 밀 수 있는 폭이 확 줄어든다.
근데 요즘 기종은 사정이 다르다. 알렉사 35는 ProRes 세 종류가 전부 LogC4로만 기록된다. 알렉사 35 사용설명서의 기록 코덱 표에는 ProRes 422 HQ·4444·4444 XQ 가 모두 12비트 LogC4 로 적혀 있다. 구워서 받는 옵션 자체가 없다. 그러니까 요즘 이 카메라로 ProRes를 골랐다면 그건 로그다.
로그로 받으면 어지간한 작업은 된다. RAW가 여유가 더 있는 건 맞지만, 그 여유까지 필요한 현장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로그로만 가도 충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장에서 둘을 동시에 기록하는 경우도 많다. RAW로 받아두고 프록시를 같이 뽑는 식이다.
여기서 갈리는 건 화질보다 데이터 관리다. 하루 촬영분이 몇 테라가 되면 백업 시간과 저장 비용이 스케줄에 들어온다. 촬영이 끝나고도 데이터가 다 넘어갈 때까지 누군가는 남아 있어야 하고, 그 시간이 매일 쌓인다.
예산이 빠듯한 프로젝트에서 코덱을 한 단계 낮추는 결정은 화질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후반 인력과 저장 비용을 줄이는 결정이다.
글로벌 셔터와 롤링 셔터는 언제 갈리나
빠르게 움직이는 피사체나 LED·스트로브가 있는 현장에서 갈린다. 평소에는 신경 쓸 일이 없다.
- 롤링 셔터 — 센서를 위에서 아래로 훑어 읽는다. 대부분이 여기 속한다. 읽는 속도가 느리면 빠른 패닝에서 세로선이 기울고, 플래시가 화면을 반만 때린다. RED 의 KOMODO 운용 가이드도 롤링 셔터가 줄 단위로 시차를 두고 노출해서 빠른 피사체에 아티팩트가 생긴다고 설명한다
- 글로벌 셔터 — 전 화면을 동시에 읽는다. 기울어짐이 없다. 대신 다이내믹 레인지나 감도에서 대가를 치르는 경우가 있다
평소에는 신경 안 쓰다가, 빠르게 움직이는 피사체나 LED 조명·스트로브가 있는 현장에서 갑자기 이 축이 제일 중요해진다. 무대나 공연 촬영에서 특히 그렇다.
A캠과 B캠은 어떻게 나누나
같은 등급이 아니라 자리로 나누는 방식이다. 실제 촬영 계획은 이쪽으로 세운다.
- A캠 — 색과 라티튜드의 기준이 되는 카메라. 나머지가 여기에 맞춰진다
- B캠 — A캠과 컷을 섞어야 하므로 색이 붙는 기종으로 고른다
- 크래시캠·소형 — 부수거나 잃어도 되는 자리. 짐벌·드론·차량 장착
- 특수 — 고속촬영, 극한 환경. 필요한 컷에만 들어온다
A캠과 B캠의 색이 안 붙으면 후반 내내 문제가 된다. 편집에서 두 카메라 컷이 번갈아 나오는데 피부톤이 다르면, 컷마다 손을 봐야 한다. 그게 몇백 컷이면 며칠이다.
그래서 같은 제조사로 묶는 경우가 많다. 브랜드를 고르는 진짜 이유가 성능이 아니라 이것일 때가 많다. 성능이 더 좋은 기종이 있어도, 색이 안 붙으면 안 쓴다.
아리·레드·소니는 뭘 보고 고르나
색이 붙느냐와 그날 빌릴 수 있느냐로 고른다. 축 네 개를 먼저 정하고 나면 후보가 몇 개로 줄어들고, 브랜드는 그때 본다. 브랜드가 실제로 결정하는 건 대체로 셋이다.
- 컬러 사이언스 — 손대지 않았을 때의 기본 색
- 렌탈 사정 — 지역에서 실제로 빌릴 수 있는가
예전에는 여기에 "후반 도구와 얼마나 잘 붙느냐"가 하나 더 있었다. 지금은 거의 안 걸린다. 요즘 나오는 기종들은 대체로 다 잘 붙는다. 옛날 변수가 지금은 변수가 아니게 된 경우다.
그래서 실제로 남는 건 렌탈 사정이다. 아무리 좋은 기종도 근처에서 못 빌리면 계획에 못 넣는다. 부속이 없어도 마찬가지다. 바디는 있는데 매트박스가 그 기종에 안 맞으면 결국 다른 걸로 간다.
팔로우포커스가 여기서 재미있는 물건이다. 렌즈 초점링에 물려서 손으로 돌리는 기어인데, 붙어서 소통하며 작업하던 시절에는 필수였다. 요즘은 조수들이 아예 안 챙기는 걸 종종 본다. 카메라가 슬라이더에 올라가 있고 다나달리에 올라가 있고 미니집에 매달려 있으니까, 사람이 옆에 붙어서 돌릴 수가 없다. 무선 포커스로 갈 수밖에 없다.
그래도 하나쯤 챙겨두라고 말하고 싶다. 무선이 죽는 날이 있다. 그때 손으로 돌릴 게 없으면 촬영이 그냥 선다.
그리고 촬영 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체 바디를 몇 시간 안에 받을 수 있는가도 여기 들어간다. 지방 로케이션이면 이게 결정적이다.
그래서 기종 이름부터 묻는 사람한테는 되묻게 된다. 센서는 어디까지 필요하냐, 후반에서 얼마나 만질 거냐, 빠른 게 찍히냐, 카메라는 몇 대냐.
이 넷이 나오면 후보가 저절로 두세 개로 줄어든다. 아리냐 레드냐 소니냐는 그다음이고, 실제로는 색이 붙느냐랑 그날 빌릴 수 있느냐가 정할 때가 많다.
미러리스와 갈리는 지점은 앞 글에 적었다.
영상 · 촬영미러리스와 시네마카메라 차이 — 내 카메라로 영화 못 찍나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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