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리스와 시네마카메라 차이 — 내 카메라로 영화 못 찍나
알쓸
미러리스와 시네마카메라 차이는 화질이 아니다. 열, 내장 ND, 안 빠지는 케이블, 옆에서 닿는 손. 24프레임이면 셔터는 1/48초 근처로 고정인데, 현장에서 5분 맞추고 갈 걸 후반에서 며칠 붙잡게 되는 게 진짜 차이다.
요즘 미러리스는 4K는 기본이고 로그도 되고 RAW도 나온다. 스펙만 보면 현장에서 쓰는 시네마카메라와 겹치는 게 많다.
그럼 왜 현장에서는 굳이 크고 무거운 걸 쓸까.
화질 때문이 아니다. 이게 이 글의 전부다.
미러리스로 영화 찍어도 되나
미러리스는 사진기다. 거기에 동영상 기능을 얹었다.
시네마카메라는 처음부터 몇 시간을 계속 돌리는 것을 전제로 만든다.
이 하나가 나머지를 전부 설명한다.
어디서부터 시네마카메라인가 — 이름이 아니라 이 항목들이다
「시네마」가 이름에 붙었다고 갈리는 게 아니다. 현장에서 갈리는 것은 몸통에 뭐가 들어 있느냐다. ARRI ALEXA 35 사용설명서에서 항목별로 꺼내봤다.
| 항목 | ALEXA 35 (매뉴얼 기준) | 미러리스에서는 |
|---|---|---|
| 내장 ND | 모터로 움직이는 밀폐 필터단. FSND 0.6 · 1.2 · 1.8에 클리어 한 장 | 렌즈 앞에 끼웠다 뺐다 |
| SDI | SDI 1·2 BNC. 422 6G UHD · 422 12G UHD · 444 12G UHD | HDMI 한 개 |
| 타임코드 | 젠록·타임코드 동기. 잼 싱크로 한 번 받고 케이블을 떼도 유지된다 | 없는 경우가 대부분 |
| 전원 | 20.5~33.6 V DC. 24V 온보드 배터리 | 소형 배터리 |
| 소비전력 | 녹화 중 85~135W (해상도·프레임레이트에 따라) | 보통 한 자릿수 W |
| 기록 | ARRIRAW · ProRes 422 HQ / 4444 / 4444 XQ | 카메라 내장 코덱 |
🔑 소비전력 85~135W가 나머지를 거의 다 설명한다. 그만한 열이 나오니 팬이 필요하고, 팬이 들어가니 몸집이 커지고, 그 전력을 몇 시간 대려면 24V 배터리를 등에 붙여야 한다. 미러리스가 작고 조용한 것은 그만큼 안 쓰기 때문이고, 대신 열이 쌓이면 멈춘다.
매뉴얼에 전압이 하나 더 적혀 있다 — 공급이 19.5V로 떨어지면 카메라가 꺼진다. 배터리 경고를 몇 볼트에 띄울지도 사용자가 정한다.
미러리스는 왜 녹화가 끊기나
몸통이 작아서 열이 빠져나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기록 매체도 같이 걸린다.
열
미러리스는 몸통이 작다. 열이 빠져나갈 곳이 별로 없다. 사진은 한 장 찍고 쉬니까 문제가 안 되는데, 몇십 분을 계속 돌리면 열이 쌓인다. 그러다 멈춘다. 소니가 자사 미러리스 도움말에 적어둔 설명도 같다. 계속 찍으면 센서 온도가 올라가고, 그러면 카메라가 알아서 꺼진다.
시네마카메라는 안에 팬이 돌아간다. 그래서 소리가 나고 몸집이 크다. 촬영이 멈추는 것과 카메라가 시끄러운 것 중에 시끄러운 쪽을 고른 설계다. 녹음팀은 당연히 안 좋아하는데, 그래도 촬영이 서는 것보단 낫다는 게 합의다.
기록 매체
화질을 올리면 초당 데이터가 커진다. 그걸 몇 시간 받으려면 메모리도 버텨야 한다. 그리고 하루 찍은 게 몇 테라가 되면 백업하는 시간이 스케줄에 들어온다. 촬영이 끝나도 데이터가 다 넘어갈 때까지 누군가는 남는다.
영상 촬영에 ND 필터가 왜 필요한가
영상은 셔터를 못 건드리기 때문이다. 밝기를 조절할 수단이 하나 줄어든 셈이라 그 자리를 ND가 메운다.
사진은 셔터 속도로 밝기를 조절한다. 그런데 영상은 셔터를 못 건드린다. 프레임레이트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24프레임으로 찍으면 셔터는 1/48초 근처로 고정이다. 그걸 바꾸면 움직임이 이상해진다.
그럼 남는 건 조리개와 감도인데, 조리개는 배경이 얼마나 날아가는지를 정하니까 함부로 못 바꾼다. 앞 편에서 본 그 이야기다.
그래서 ND 필터가 필요해진다. 선글라스처럼 빛의 양만 줄여주는 필터다.
시네마카메라에는 이게 안에 들어 있다. 위 표대로 0.6·1.2·1.8 농도가 모터 필터단에 들어가 있고, 다이얼을 돌리면 바뀐다. 미러리스는 렌즈 앞에 끼웠다 뺐다 해야 하고, 그동안 촬영이 멈춘다.
🔑 그런데 같은 ND라고 다 같은 게 아니다. 매뉴얼이 굳이 FSND(Full Spectrum Neutral Density)라고 적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보통 ND는 675나노미터쯤에서 다시 열린다. 눈에 보이는 빛은 줄이는데 그 너머 적외선은 통과시킨다는 뜻이고, 그래서 검은 옷이 불그스름하게 뜨는 일이 생긴다. IR 컷 필터를 따로 겹쳐 쓰는 게 그 때문인데, FSND는 전 스펙트럼을 고르게 줄여서 그 한 장을 안 붙여도 된다.
야외에서 구름이 들락날락하는 날이면 이 차이가 하루 진행 속도로 그대로 나온다. 한쪽은 다이얼 반 바퀴고, 한쪽은 카메라 앞으로 가서 필터를 갈아 끼우는 일이다. 그 사이에 구름은 또 지나간다.
SDI와 HDMI는 뭐가 다른가
현장에서는 카메라 화면을 감독과 스태프가 같이 본다. 그래서 카메라에서 모니터로 신호를 뽑는다.
SDI라는 단자는 돌려서 잠근다. SMPTE 의 12G-SDI 전기 규격(ST 2082-1)이 75옴 BNC 커넥터와 동축 케이블을 쓰라고 정해둔 물건이다. 길게 뽑아도 신호가 버틴다. HDMI는 그냥 빠진다. 누가 지나가다 발로 걸면 빠진다.
감독 모니터가 꺼지면 촬영이 선다. 그래서 미러리스를 현장에 쓸 때는 HDMI를 SDI로 바꿔주는 작은 장치를 하나 물린다.
타임코드도 있다. 여러 카메라와 녹음기가 같은 시간표를 공유하는 신호다. SMPTE 의 타임코드 표준(ST 12-1)이 영상과 거기 딸린 음향 장비가 같이 쓰도록 정해둔 코드다. 이게 없으면 후반에서 영상과 소리를 손으로 맞춰야 하고, 그 시간이 며칠 단위로 쌓인다.
리그를 짜면 조작이 왜 달라지나
장비를 다 붙이고 나면 카메라 뒤로 돌아갈 수가 없어서다. 조작이 옆으로 옮겨간다.
카메라를 삼각대에 올리고, 렌즈 앞에 사각형 후드(매트박스)를 달고, 초점을 돌리는 손잡이(팔로우포커스)를 물리고 나면 — 카메라 뒤로 돌아가기가 어려워진다. 뒤에 사람이 서 있거나 벽이 있거나 케이블이 지나간다.
그때 옆에서 손이 닿아야 한다. 시네마카메라는 버튼을 양쪽에 배치한다.
미러리스는 조작이 대부분 뒤쪽 화면과 메뉴에 있다. 장비를 다 붙이고 나면 그 버튼들이 손이 안 닿는 자리로 들어간다. 메뉴를 파고들어가서 바꾸는 것과 다이얼을 돌려서 바꾸는 것은 촬영 중에는 완전히 다른 물건이 된다.
롤링셔터가 뭔가 — 젤로 현상
센서는 사진을 한 번에 읽지 않는다. 위에서 아래로 훑어 읽는다. 읽는 동안에도 세상은 움직이니까, 위쪽과 아래쪽이 다른 순간을 담게 된다.
그래서 빠르게 좌우로 흔들면 세로선이 기울어 보인다. 플래시가 터지면 화면 절반만 밝게 나오기도 한다.
읽는 속도가 빠를수록 이게 덜하다. 시네마카메라는 대체로 빠르고, 일부는 아예 전체를 동시에 읽는다. RED 가 공개한 KOMODO 기술사양에는 센서 항목에 글로벌셔터라고 적혀 있다.
현장에서 미러리스는 언제 쓰나
현장에서도 많이 쓴다. 작고 가볍다는 게 그 자체로 답이 되는 자리가 있다.
- 손에 들고 오래 따라다녀야 할 때
- 짐벌이나 드론에 올릴 때
- 좁은 공간, 사람 많은 곳
- 예산과 인원이 빠듯할 때
- 메인 카메라 옆에 한 대 더 붙일 때
렌즈만 맞춰두면 컷을 섞어 써도 티가 안 나는 수준까지는 이미 왔다.
다만 섞어 쓸 거면 미리 맞춰둘 게 몇 개 있다. 프레임레이트와 셔터 각도는 당연하고, 색온도를 숫자로 고정해두는 게 중요하다. 자동으로 두면 카메라마다 다르게 판단해서 컷이 튄다. 그리고 로그로 받을 거면 양쪽 다 로그로 받아야 한다. 한쪽만 로그면 후반에서 두 번 일하게 된다.
이걸 안 맞추고 찍으면 화질이 아니라 색에서 티가 난다. 그리고 색이 안 맞는 건 컷마다 손봐야 하는 일이라 시간이 제일 많이 든다. 현장에서 5분 맞추고 갈 걸 후반에서 며칠 붙잡는 셈이 된다.
그러니까 학생이 미러리스로 찍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실제로 그렇게 만든 작품이 많다. 다만 하루 열 시간짜리 현장에서 버티느냐는 다른 문제고, 그게 두 물건이 갈리는 지점이다.
스펙표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몇 시간을 계속 돌릴 수 있는지, 촬영을 멈추지 않고 밝기를 바꿀 수 있는지, 케이블이 발에 걸려도 안 빠지는지, 옆에서 손이 닿는지는 안 적혀 있다.
근데 현장에서 하루를 망치는 건 대체로 그쪽이더라.
미러리스로 그 자리를 메우려면 뭘 붙이나
위 표의 항목은 대부분 밖에 달아서 흉내 낼 수 있다. 다만 달 때마다 무게·전원·연결점이 하나씩 는다.
| 없는 것 | 밖에서 메우는 법 | 같이 따라오는 것 |
|---|---|---|
| 내장 ND | 가변 ND 또는 매트박스 + 각 농도 한 장씩 | 갈 때마다 촬영이 선다 |
| SDI | HDMI→SDI 변환기 | 전원 하나 더, 연결점 하나 더 |
| 타임코드 | 외장 타임코드 박스 | 전원 하나 더 |
| 긴 녹화 | 외장 레코더 | 전원·케이블, 그리고 카메라 열은 그대로 |
| 전원 | V마운트 + 변환 플레이트 | 무게 |
🔑 하나씩 보면 다 해결되는데, 다 붙이고 나면 작고 가볍다는 이유가 사라진다. 그리고 연결점이 늘수록 하루에 한 번은 무언가 빠진다.
거꾸로 붙여서 못 메우는 것이 둘 있다. 몸통 안에서 나는 열과 옆에서 손이 닿느냐다. 둘 다 몸통 설계라 밖에서 못 고친다.
내 카메라가 어디쯤인지 확인하는 법
제조사 사용설명서를 열어 네 낱말만 찾아보면 된다 — 「ND」·「SDI」·「Timecode」·「Power Consumption」. 넷 다 나오면 시네마 쪽 설계고, ND와 SDI가 없으면 리그로 메워야 하는 쪽이다.
🔴 「시네마」라는 제품군 이름은 기준이 아니다. 같은 제조사의 같은 시네마 라인 안에서도 내장 ND와 SDI가 있는 기종과 없는 기종이 갈린다. 이름 말고 설명서의 그 네 낱말을 본다.
카메라를 종류로 나눠 보는 방식은 따로 적었다.
영상 · 촬영시네마카메라 종류, 모델명으로 외우면 안 된다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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