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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촬영

필름 촬영은 왜 아직 쓰나 — 초마다 돈이 나가는데

알쓸

필름은 초마다 돈이 나간다. 35mm 4퍼프 24fps에서 1분에 90피트가 지나가고, 400피트 매거진이 약 4분 30초·1000피트가 약 11분이다. 그런데도 아직 쓰는 이유는 화질이 아니라 현장 운영에 있다.

필름과 디지털 이야기는 대체로 "어느 쪽이 더 좋은가"로 흐른다. 그런데 현장에서 실제로 갈리는 건 화질이 아니다. 일하는 방식이 통째로 다르다.

필름과 디지털은 어떻게 다르게 기록하나

필름은 감광 유제 속 은염 입자가 빛을 받아 화학적으로 변한다. 입자는 크기도 위치도 불규칙하게 흩어져 있다. 디지털은 격자로 배열된 화소가 빛을 전하로 바꿔 숫자로 기록한다.

이 차이가 나머지 대부분을 만든다.

입자와 노이즈가 다르게 보이는 이유도 여기 있다. 필름 입자는 위치가 불규칙해서 프레임마다 무작위로 흩어진다. 디지털 노이즈는 격자 위에서 생기니까 조건에 따라 방향성이나 패턴이 보인다. 눈이 둘을 다르게 받아들이는 건 구조 차이다.

해상도라는 개념도 성격이 다르다. 디지털은 화소 수라는 정해진 격자가 있지만 필름에는 격자가 없다. "몇 K에 해당하는가"는 편의상의 환산이지 같은 종류의 숫자가 아니다.

필름 룩은 왜 하이라이트에서 나오나

필름은 밝은 쪽으로 갈수록 반응이 서서히 완만해진다. 하늘이나 피부의 밝은 면이 부드럽게 눌린다. 디지털은 화소가 받을 수 있는 한계에 닿으면 거기서 끊긴다. 넘어간 부분은 정보가 없다.

그래서 디지털에서는 하이라이트를 지키는 쪽으로 노출을 잡는 습관이 생겼다. 어두운 쪽은 나중에 끌어올릴 여지가 있지만 날아간 하이라이트는 되돌릴 게 없다.

다만 이건 정도의 문제로 좁혀지고 있다. 요즘 센서의 라티튜드와 하이라이트 처리는 예전과 많이 다르다. "디지털은 하이라이트가 다 날아간다"고 단정하면 지금은 맞지 않는다.

필름 촬영 비용은 얼마나 드나

필름값·현상비·스캔비가 전부 촬영한 길이에 비례해서 붙는다. 그러니까 카메라를 돌리는 순간부터 초당 돈이 나간다.

디지털은 반대다. 카메라를 돌려도 추가로 나가는 돈이 사실상 없다. 여기가 제일 크게 갈리는 지점이다.

35mm 4퍼프 기준으로 24fps에서는 1분에 90피트가 지나간다.

  • 400피트 매거진 — 약 4분 30초
  • 1000피트 매거진 — 약 11분

한 테이크가 곧 돈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롤이 끝나면 갈아야 하니까, 긴 테이크를 계획할 때 매거진 길이가 물리적인 상한이 된다.

이게 현장의 공기를 바꾼다. "일단 돌려놓고 찾자"가 성립하지 않는다. 리허설을 충분히 하고 들어가고, 롤이 돌기 시작하면 현장 전체가 다르게 움직인다. 준비 밀도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필름은 왜 바로 확인을 못 하나

디지털은 찍고 바로 본다. 필름은 현상하고 스캔해서 러시가 나올 때까지 못 본다.

그래서 필름 현장에는 확인 없이 판단해야 하는 구간이 있다. 노출계와 경험, 그리고 촬영 기록에 기댄다. 무언가 잘못됐다면 그걸 아는 시점이 이미 다음 날이다.

아예 아무것도 못 보는 건 아니다. 필름 카메라에도 비디오탭이 달린다. 1990년대 아리플렉스 535부터는 그게 아예 몸통에 들어갔다. 뷰파인더로 가는 빛을 갈라서 작은 화면으로 보내주는 방식이라, 프레이밍이랑 동선은 그걸로 본다.

근데 노출이랑 초점은 그걸로 못 본다. 화질이 그 정도가 안 된다. 결국 제일 중요한 두 개가 확인 밖에 남는 셈이다.

이 조건이 사람을 다르게 만든다. 확인할 수 있으면 확인하고 넘어가지만, 확인할 수 없으면 애초에 틀리지 않게 준비한다.

그런데도 왜 아직 필름으로 찍나

순수하게 계산하면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다. 디지털이 싸고, 확인이 되고, 어두운 데서 강하고, 후반에서 만질 폭이 넓다. 비용·안정성·유연성 세 항목 모두에서 디지털이 이긴다.

그런데도 필름이 남아 있는 건 영화가 예술로 다뤄지는 매체이기 때문이다.

룩을 이유로 비용을 더 쓰는 결정이 정당화될 수 있는 영역이 있다. 되돌릴 수 없다는 조건 자체를 작업 규율로 삼겠다는 선택도 마찬가지다. 영화에서는 그게 통용된다.

같은 논리가 광고나 방송에서 늘 통하는 건 아니다. 예산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다르니까.

근데 그렇다고 영화에만 남은 것도 아니다. HBO 드라마 유포리아 시즌3는 전편을 필름으로 찍었다. 코닥 필름을 100만 피트 넘게 썼고, 35mm에 65mm까지 섞었다. 65mm를 이 정도 규모로 쓴 TV 작품이 없었다고 한다.

더 재미있는 건 코닥이 이 작품 때문에 새 필름을 만들었다는 거다. 베리타 200D. 감독이랑 촬영감독이 원하는 느낌을 두고 코닥과 같이 개발한 건데, 옛 할리우드 느낌을 내려고 결함을 일부러 끌어안은 물건이라고 한다. 2020년대에 새 필름이 나온다는 게 좀 이상한 일이다.

아카데미 촬영상도 그렇다. 2024년 오펜하이머, 2025년 브루탈리스트, 2026년 시너스까지 3년 연속으로 필름으로 찍은 작품이 가져갔다. 브루탈리스트는 비스타비전으로 찍어서 70mm로 마무리했다.

그러니까 필름이 밀려나는 중이라고 하기에는 최근 몇 년이 좀 이상하게 흘러갔다.

여기에 보존 문제가 하나 더 붙는다. 적절히 보관한 필름은 오래 간다. 디지털은 매체와 포맷이 계속 바뀌어서 주기적으로 옮겨 담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건 감성이 아니라 실무 비용이다.

필름을 고르는 건 효율만 놓고 보면 좀 이상한 결정이다. 초마다 돈이 나가고, 찍어놓고 바로 확인도 못 하니까.

근데 현장에 서 보면 그 이상함이 그대로 작업 방식이 된다. 되돌릴 수 없다는 걸 알고 들어가는 하루는 확실히 다르게 굴러가더라.

어느 작품이 무엇으로 찍혔는지는 따로 세어봤다.

영상 · 촬영한국 영화 촬영 카메라, IMDb로 확인해봤다

댓글 3

  • alssl-guest

    35mm 매거진 시간 환산이 특히 도움됐습니다.

    • 알쓸

      그 부분이 제일 체감되는 지점입니다.

  • 알쓸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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