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촬영 카메라, IMDb로 확인해봤다
알쓸
올드보이부터 헤어질 결심까지 IMDb 기술 정보를 직접 뒤져봤다. 한국 영화 카메라는 20년째 한 회사인데, 그 회사는 1917년 뮌헨에서 시작했다.
앞 편에서 시네마카메라는 모델명이 아니라 축으로 봐야 한다고 썼다. 그럼 실제로 한국 현장은 그 축의 어디에 있을까.
궁금해서 IMDb 기술 정보를 직접 뒤져봤다. 작품마다 촬영에 쓴 카메라와 렌즈가 기록돼 있다.
영상 · 촬영시네마카메라 종류, 모델명으로 외우면 안 된다한국 영화는 어떤 카메라로 찍었나
| 작품 | 연도 | 카메라 | 렌즈 |
|---|---|---|---|
| 올드보이 | 2003 | Arriflex 435 · 535B | Zeiss Ultra Prime, Angenieux Optimo |
| 아가씨 | 2016 | Arri Alexa XT Plus | Hawk V-Lite Vintage '74 |
| 곡성 | 2016 | Arri Alexa XT Plus · XT Studio | Zeiss Master Prime, Ultra Prime, Angenieux Optimo |
| 부산행 | 2016 | Arri Alexa XT M · XT Plus | Cooke S4/i, Fujinon Alura, Angenieux Optimo |
| 버닝 | 2018 | Arri Alexa XT Plus | Zeiss Master Prime |
| 기생충 | 2019 | Arri Alexa 65 | Arri Prime DNA |
| 헤어질 결심 | 2022 | Arri Alexa Mini | Cooke Anamorphic/i, Gecko-Cam Genesis G35 Vintage 66, Zeiss Super Speed, Angenieux Optimo |
드라마도 하나 봤다.
| 작품 | 시즌 | 카메라 |
|---|---|---|
| 오징어 게임 | 1 | RED Ranger Monstro, DSMC2 8K |
| 오징어 게임 | 2 | Arri Alexa 35 |
왜 전부 아리 알렉사인가
찾아본 한국 영화 일곱 편이 전부 아리다.
더 눈에 띄는 건 2003년 올드보이도 아리플렉스였다는 것이다. 그때는 35mm 필름이었다. 아리플렉스 435와 535B에 필름을 걸어 찍었다.
필름에서 디지털로 넘어오면서 바뀐 건 기록 방식이지 카메라 회사가 아니었다. 아리플렉스에서 알렉사로, 같은 회사 안에서 세대만 넘어갔다.
20년 동안 회사가 안 바뀐 것이다.
아리는 원래 뭐 하던 회사인가
궁금해서 더 거슬러 올라가봤는데 이게 생각보다 오래됐다.
1917년 9월 뮌헨에서 두 사람이 회사를 차렸다. 아우구스트 아르놀트와 로베르트 리히터. 둘 다 스무 살 남짓이었다. 회사 이름은 두 사람 성을 잘라 붙인 거다. A-R-nold 와 R-I-chter, 그래서 ARRI.
지금도 본사가 그 자리에 있다. 100년 넘게 같은 주소다.
그리고 처음 만든 건 카메라가 아니었다. 조명이랑 현상·프린팅 기계였다. 첫 카메라는 1924년에 나왔다.
아리플렉스가 왜 판을 뒤집었나
1937년에 나온 아리플렉스 35 이야기다. 세계 최초로 반사식 미러 셔터를 단 35mm 상용 카메라였다.
그전까지 촬영기사는 렌즈로 들어오는 그림을 못 봤다. 카메라 옆에 따로 달린 뷰파인더로 "대충 이쯤이겠지" 하고 봤다. 렌즈와 뷰파인더 위치가 다르니까 프레임이 어긋났다. 가까울수록 더 어긋났다. 초점은 줄자로 거리를 재서 맞췄다.
미러 셔터가 이걸 통째로 해결했다. 셔터 날개 자체를 45도 거울로 만들어서, 필름이 노출되지 않는 순간에는 빛을 뷰파인더 쪽으로 튕겨보낸다. 렌즈를 통과한 바로 그 빛이다.
그래서 처음으로 필름에 찍히는 것과 똑같은 그림을 눈으로 보면서 찍게 됐다. 지금은 당연한 일인데 1937년에 처음 된 거다.
부작용도 있다. 셔터가 돌면서 빛을 번갈아 보내니까 뷰파인더가 깜빡인다. 아리플렉스 써본 사람들이 다 말하는 그 플리커다.
이 카메라가 작고 들 수 있었던 탓에 2차대전 때 독일군 뉴스릴 카메라로 쓰였다. 런던 제국전쟁박물관에 독일군 선전중대 촬영기사가 쓰던 1943년제 아리플렉스가 지금도 남아 있다. 전쟁이 끝나고는 미군이 노획해 갔는데, 아리 공식 연혁도 미국에 처음 들어간 아리플렉스가 노획품이었다고 적어놨다.
뉘른베르크 재판도 이 카메라로 찍었다는 말이 도는데 찾아보니 근거가 없더라. 재판 촬영은 미 육군 통신대가 맡았고 어떤 기종을 썼는지는 어디에도 안 남아 있다. 그때 법정 카메라는 13분짜리 필름을 걸었다는데 아리플렉스는 길어야 4분 남짓이었으니 애초에 안 맞는다. 아리플렉스로 찍힌 독일 쪽 필름이 재판에 증거로 상영된 게 옮겨지면서 섞인 얘기 같다.
올드보이에 쓰인 435는 1990년대에 나온 모델이니까, 그 계보가 60년쯤 이어진 셈이다.
카메라는 같은데 렌즈는 왜 다 다른가
카메라가 하나로 모이는 것과 대조적으로 렌즈는 작품마다 갈린다.
- 자이스 — 마스터 프라임, 울트라 프라임, 슈퍼 스피드
- 쿠크 — S4/i, 아나모픽/i
- 앙제뉴 — 옵티모
- 호크 — V-라이트 빈티지 '74
- 게코캠 — 제네시스 G35 빈티지 66
- 아리 — 프라임 DNA
여기서 앞의 렌즈 연재가 다시 나온다. 화면의 성격은 카메라가 아니라 렌즈가 만든다.
카메라는 빛을 받아 기록하는 장치이고, 그 빛이 어떻게 생겨서 도착할지를 정하는 건 렌즈다. 수차도, 보케 모양도, 구석이 어떻게 무너지는지도 렌즈 쪽 이야기다.
그래서 카메라는 안정적인 걸로 고정해두고 렌즈로 작품 색을 잡는 구조가 된다. 실제 선택의 폭이 렌즈에 있다는 뜻이다.
영상 · 촬영조리개를 열면 화면 구석이 흐려지는 이유기생충만 왜 알렉사 65로 찍었나
기생충만 알렉사 65다. 이 표에서 유일한 라지 포맷이고, 렌즈도 아리 프라임 DNA로 전용 조합이다. 나머지는 슈퍼35 계열이다.
아나모픽을 고른 작품이 둘 있다. 아가씨는 호크, 헤어질 결심은 쿠크. 화면비를 만드는 방식부터 다르게 간 것이다.
헤어질 결심은 렌즈를 네 종류나 섞었다. 쿠크 아나모픽, 게코캠 빈티지, 자이스 슈퍼 스피드, 앙제뉴 옵티모. 장면마다 성격을 바꿔가며 썼다는 뜻으로 읽힌다.
드라마는 영화와 다르다. 오징어 게임 시즌1은 RED였다. 그리고 시즌2에서 아리로 갈아탔다. 시즌 사이에 카메라를 바꾼 게 기록에 남아 있는 건 흔치 않다.
할리우드는 뭘로 찍나 — 파나비전 렌즈
대조군으로 듄(2021)을 봤다.
```
Arri Alexa LF IMAX · Mini LF IMAX
Panavision H-Series, Ultra Vista
```
바디는 역시 아리인데 IMAX 인증 버전이고, 렌즈가 파나비전이다.
파나비전은 렌즈를 팔지 않고 빌려주기만 한다. 그래서 한국 작품 표에는 이름이 안 보인다. 렌탈 생태계가 다르면 쓸 수 있는 렌즈가 달라지고, 그게 그대로 화면에 남는다.
앞 편에서 "아무리 좋은 기종도 근처에서 못 빌리면 계획에 못 넣는다"고 썼는데, 그게 국가 단위로도 작동하는 셈이다.
IMDb 카메라 정보는 얼마나 믿을 수 있나
사용자가 채우는 정보라 비어 있는 작품이 훨씬 많고, 틀린 항목도 있을 수 있다.
특히 한국 드라마는 대부분 안 채워져 있다. 그래서 이 표는 "기록이 남아 있는 작품들"이라는 편향이 있다. 국제적으로 알려진 작품일수록 채워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표본도 여덟 편뿐이라 이걸로 "한국 영화 전체가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이 표는 2026년 8월에 확인한 것이라 나중에 보면 달라져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아리 일곱 편에 RED 하나는 우연이라고 보기 어려운 쏠림이다.
한국 현장에 소니 베니스는 언제부터 보였나
소니가 언제부터 보이는지를 못 잡았다. 최근 작품에서 베니스를 쓴 사례가 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번 표본에는 안 들어왔다. 최근작 위주로 다시 뒤져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드라마 쪽 표본이 하나뿐이다. 오징어 게임이 시즌 사이에 카메라를 바꿨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드라마 쪽은 영화와 다른 패턴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찾아본 범위에서 한국 영화 카메라는 20년째 아리였다. 필름에서 디지털로 넘어올 때도 회사는 안 바뀌었다. 대신 렌즈는 작품마다 달랐고, 화면 성격도 그쪽에서 나왔다.
어차피 이 표는 계속 바뀔 거다. 다음에 다시 뒤졌을 때 소니가 몇 편이나 들어와 있는지, 그때 가서 줄을 더 붙이는 게 맞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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