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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촬영

조리개를 열면 화면 구석이 흐려지는 이유

알쓸

조리개를 개방하면 화면 구석이 흐려지는 이유. 코마·비점수차·상면만곡·색수차가 한꺼번에 나오는 자리다. 렌즈 값이 어디로 갔는지는 T1.5에서 구석을 봤을 때 드러난다. 2018년 아리 시그니처·자이스 슈프림·쿡 S7/i 뒤로는 오히려 지저분한 렌즈를 일부러 찾는다.

열고 간다는 건 빛을 많이 받는다는 뜻만이 아니다. 렌즈의 바깥쪽 유리까지 쓴다는 뜻이다.

렌즈는 중심부에서 가장 잘 교정된다. 설계상 오차가 몰리는 곳은 언제나 바깥이다. 조이고 가면 그 구역이 조리개에 가려서 아예 안 쓰이는데, 열고 가면 그대로 화면에 올라온다.

그래서 개방에서 무너지는 건 대체로 화면 중앙이 아니라 네 귀퉁이다.

조리개를 개방하면 구석에서 무슨 일이 생기나

코마. 점광원이 혜성처럼 한쪽으로 꼬리를 끌며 번진다. 야경에서 가로등이나 별이 날개 달린 것처럼 퍼지는 게 이거다.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심해지고 꼬리는 대개 화면 바깥을 향한다. 개방에서 가장 눈에 띄는 수차이고, 한 스톱만 조이고 가도 크게 준다.

비점수차. 가로선과 세로선의 초점 위치가 서로 다르게 맺힌다. 구석에서 어느 한 방향은 맞고 다른 방향은 흐린, 방향성 있는 뭉개짐이 생긴다. 포커스를 아무리 맞춰도 구석이 개운하지 않으면 이쪽일 때가 많다.

상면만곡. 렌즈가 맺는 상이 평면이 아니라 접시처럼 휘어 있는 것이다. 센서는 평평하니까 중앙에 맞추면 구석이 초점면을 벗어나고, 구석에 맞추면 중앙이 나간다. 벽이나 문서처럼 평면을 정면으로 잡을 때 특히 드러난다. 에비덴트의 현미경 광학 수차 해설도 휘어진 상 전체를 필름면이나 CCD·CMOS 센서 같은 평면에 한꺼번에 맞출 수는 없다고 적는다.

고양이눈 보케와 비네팅. 화면 가장자리로 갈수록 렌즈 통이 광선 다발 일부를 잘라낸다. 구석의 보케는 원이 아니라 눈 모양이 되고 밝기도 같이 떨어진다. 이건 수차가 아니라 기계적인 가림이다. 자이스가 심도와 보케를 다룬 기술문서는 개방에서 화면 끝으로 가는 광선 다발이 경통 앞뒤나 앞뒤 렌즈의 지름에 잘린다고 설명한다. 조이고 가면 잘리는 부분이 애초에 안 들어와서 같이 사라진다.

색수차 — 보라색 테두리는 왜 생기나

유리가 파장마다 다르게 꺾어서 색깔별로 초점 위치가 어긋나기 때문이다.

유리는 파장마다 굴절률이 달라서 파란빛은 더 꺾이고 붉은빛은 덜 꺾인다. 색깔별로 초점 위치가 어긋난다는 뜻이다. 캐논이 렌즈를 설명한 기술 자료에도 유리의 굴절률이 색과 파장에 따라 달라서 상이 맺히는 위치가 색마다 달라진다고 나온다.

  • 축상 색수차 — 초점 앞뒤로 색이 갈린다. 보케 가장자리에 보라나 초록이 낀다. 밝은 조리개에서 특히 심하다
  • 배율 색수차 — 화면 가장자리에서 색이 옆으로 벌어진다. 콘트라스트 강한 경계에 색 띠가 생긴다

축상 쪽은 후보정으로 지우기 어렵고, 배율 쪽은 비교적 잘 잡힌다. 그래서 역광에서 열고 갈 때는 보케 가장자리를 한 번 보고 들어가는 게 낫다. 현장 모니터에서는 잘 안 보이다가 후반에서 크게 보인다.

시네마 렌즈는 왜 무겁고 비싼가

앞의 수차들을 개방에서도 억누르려면 유리를 많이 넣어야 해서다. 저분산 유리, 비구면, 두꺼운 전군. 결과가 무게와 가격이다.

개방에서 구석까지 버티는 렌즈는 예외 없이 크고 무겁다. 그 값이 어디로 갔는지는 T1.5에서 화면 구석을 봤을 때 드러난다. 중앙만 보면 싼 렌즈도 꽤 좋아 보인다.

요즘은 왜 일부러 지저분한 렌즈를 찾나

너무 잘 잡힌 렌즈가 한꺼번에 쏟아지고 나니까 반대쪽이 귀해졌다. 몇 년 사이에 직접 본 흐름이라 적어둔다.

라지 포맷이 들어오면서, 그러니까 알렉사 LF 무렵부터 수차가 아주 잘 잡힌 렌즈들이 나왔다. 아리 시그니처 프라임이 LF와 같은 2018년에 나왔고 자이스 슈프림 프라임도 그 무렵이다. 쿡은 S7/i를 냈다.

이 렌즈들은 진짜 깔끔하다. 헐레이션이 들어와도 지저분하지 않고, 인물 아웃라인도 보케도 다 정리돼 있다. 재미있는 건 만든 쪽도 그걸 알아서, 아리는 시그니처를 두고 해상력은 높되 부드럽게 질감을 입히는 렌즈라고 설명한다. 2018년 라지 포맷 시스템 발표 보도자료에 최고 수준의 광학 정밀도를 갖추고도 라지 포맷을 부드럽게 누그러뜨리며 질감을 입힌다고 적혀 있다. 수차는 다 잡아놓고 쨍하게는 안 가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몇 년 지나자마자 반대쪽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빈티지, 레트로.

그래서 이런 걸 봤다. 찍기는 LF에 시그니처로 찍어놓고, 후반 DI에서 색수차를 다시 넣더라. 앞에서 설명한 그 보라색 테두리를 돈 들여 없앤 다음에 돈 들여 다시 넣는 셈이다. 처음 봤을 때 좀 웃겼다.

그러다 아예 렌즈부터 그런 걸 찾기 시작했다. 오래된 렌즈, 헐레이션이 지저분하게 들어오는 렌즈. 만드는 쪽도 따라왔다. 자이스가 슈프림 프라임 래디언스라는 걸 냈는데, 플레어를 일부러 넣은 버전이다. 자이스의 래디언스 제품 설명에는 촬영감독이 플레어를 언제 낼지 직접 정하고 계획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지금도 빈티지 렌즈는 인기가 많다. 광고든 뮤비든 영화든 드라마든 대다수가 잘 잡힌 렌즈를 쓰다 보니, 어쩌다 그런 렌즈로 찍은 화면을 만나면 눈이 즐겁다.

앞에서 수차를 계속 결함처럼 써놨는데, 결함이냐 성격이냐는 그때그때 다른 셈이다. 없애는 데 돈이 들고, 다시 넣는 데 또 돈이 든다.

그럼 언제 개방하고 언제 조이나

구석이 무너지는 걸 알면서도 열고 가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대체로 셋이다.

  • 광량이 없다. 감도를 더 못 올리는 조건이면 선택지가 없다
  • 얕게 가야 한다. 배경을 지워야 하는 화면이면 구석 화질보다 그게 우선이다
  • 그 느낌이 필요하다. 개방 특유의 무른 구석과 색 번짐을 의도적으로 쓰는 경우

세 번째가 생각보다 흔하다. 완벽하게 교정된 화면이 오히려 안 맞는 장면이 있다.

그리고 개방에서 구석이 어두워지는 것, 그러니까 광학적 비네팅이 의외의 일을 한다. 잘려나가는 게 하필 수차가 제일 심한 바깥쪽 광선이라, 어두워지면서 구석 화질을 어느 정도 가려주는 효과가 난다. 조이면 밝기랑 화질이 한꺼번에 좋아지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 중 하나가 이거다. 두 개가 원래 같은 광선에서 나온 문제라서 그렇다.

반대로 구석까지 봐야 하는 화면이면 조이고 간다. 인물이 프레임 가장자리에 서는 와이드, 벽이나 간판이 화면 끝까지 차는 컷, 야경에서 점광원이 구석에 걸리는 화면.

결국 개방에서 구석이 무너지는 건 그때만 쓰는 바깥쪽 유리에 오차가 몰려 있어서다. 코마도 비점수차도 상면만곡도 조이고 가면 줄고, 고양이눈이랑 비네팅은 잘리던 광선이 애초에 안 들어오면서 같이 없어진다.

그래서 열지 조일지는 화질 문제가 아니라 구석을 보여줄 화면이냐 아니냐에 가깝더라.

이 구석이 흐려지는 것과 배경이 날아가는 것은 같은 원리에서 갈린다.

영상 · 촬영아웃포커싱과 보케는 왜 생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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