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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촬영

피사계심도란 무엇인가 — 재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 봐주느냐다

알쓸

심도는 자로 재서 나오는 숫자가 아니라 어디까지 맞은 걸로 봐줄지를 정해놓고 쓰는 것이다. 착란원 기준을 0.030mm에서 0.011mm로 조이면 같은 렌즈·조리개·거리인데 심도가 절반이 된다. 50mm를 F2.8로 쓰면 구멍이 약 18mm, 75mm면 약 27mm다.

앞 편에서 착란원을 봤다. 초점이 벗어나면 점이 원이 된다는 이야기였다.

영상 · 촬영아웃포커싱과 보케는 왜 생기나

그럼 반대로 묻자. 초점이 정확히 맞으면 점은 점이 되나.

안 된다. 렌즈가 아무리 좋아도 빛은 한 점으로 무한히 모이지 않는다. 회절과 남은 수차 때문에 항상 아주 작은 원이 생긴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완벽한 점이 없다면 어디까지를 초점이 맞았다고 할 것인가.

착란원, 허용착란원, 최소착란원은 뭐가 다른가

이름이 다 비슷한데 가리키는 게 다르다. 나도 한참 헷갈렸다.

  • 착란원 — 초점이 벗어나서 점이 원이 된 것. 앞 편에서 본 그거다. 초점에서 멀어질수록 커진다
  • 허용착란원 — 여기까지는 맞은 걸로 봐주자고 정해둔 기준값. 심도표가 이걸 깔고 계산한다
  • 최소착란원 — 초점을 아무리 잘 맞춰도 남는 가장 작은 원

앞의 둘은 초점을 어디에 뒀느냐의 문제고, 마지막 하나는 초점이 맞아도 남는 문제다.

그리고 최소착란원은 자료마다 조금 다르게 쓴다. 니콘 현미경 용어집은 비점수차와 구면수차 때문에 생기는 가장 가는 초점으로 정의한다. 렌즈 가운데를 지난 빛과 가장자리를 지난 빛이 같은 자리에 안 모여서, 광선다발이 제일 가늘어지는 단면이 어딘가 생긴다는 것이다. 반면 위키백과는 회절까지 넣어서 설명한다.

회절 쪽은 따로 이름이 있다. 에어리 원반이다. 이건 수차와 상관없이 파동이라서 생기는 한계라, 렌즈를 완벽하게 만들어도 안 없어진다.

정리하면 초점이 맞아도 원이 남는 이유가 둘이다. 렌즈 탓이 수차, 빛 탓이 회절. 최소착란원은 보통 앞쪽을 가리키는 말인데 둘을 묶어 쓰는 자료도 있다. 그래서 검색하면 설명이 갈린다.

피사계심도는 어떻게 정해지나

재서 나오는 게 아니라 정해놓고 쓰는 거였다.

착란원이 어느 정도보다 작으면 사람 눈에는 선명하게 보이니까 초점이 맞은 것으로 친다. 그 "어느 정도"를 정해놓은 게 허용착란원이다.

심도란 그 조건을 만족하는 거리 범위다. 착란원이 기준치보다 작게 유지되는 구간이 심도 안이고, 그보다 커지는 순간부터 심도 밖이다.

그래서 심도는 자로 재서 나오는 숫자가 아니다. 어디까지 봐줄 거냐에 따라 달라진다. 느슨하게 봐주면 넓어지고 깐깐하게 보면 얕아진다.

같은 렌즈 같은 T값 같은 거리인데 심도표마다 숫자가 다른 이유가 이것이다. 기준값이 다르다.

T값과 F값은 뭐가 다른가

F는 계산값이고 T는 실측값이다. 사진 렌즈와 시네마 렌즈가 아예 다른 숫자를 쓰는 이유가 여기 있다.

  • F — 초점거리를 유효 구경으로 나눈 값이다. 계산으로 나오는 숫자다. 빛이 유리를 지나며 흡수되고 반사되어 잃는 양은 여기 안 들어간다
  • T — 실제로 통과해 나온 빛을 측정해서 환산한 값이다. 그만큼의 빛을 주는 이상적인 렌즈의 F값으로 바꿔 적은 것이다

측정값이니까 T는 항상 F보다 크다. 같은 렌즈가 f/2.0이면서 T2.2일 수 있다.

시네마에서 T를 쓰는 건 한 장면을 여러 렌즈로 찍기 때문이다. 같은 F에 맞춰놨는데 렌즈마다 실제 밝기가 다르면 컷이 튄다. T는 실측이라 렌즈가 달라도 같은 T면 같은 밝기다. 유리면 개수만큼 투과 손실이 쌓인다는 자이스 자료대로, 유리 매수가 다른 줌과 단렌즈를 섞어 갈 때 특히 그렇다.

사진에서 F로 충분한 건 카메라가 알아서 측광하고, 렌즈끼리 노출이 맞아떨어질 필요가 그만큼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헷갈리기 쉬운 게 있다. T는 노출을 위한 숫자고, 심도를 정하는 건 여전히 F다. 심도는 조리개 구멍의 실제 크기에서 나오지 유리를 얼마나 통과했는지와는 상관이 없다.

그러니까 노출은 T로 맞추고 심도 계산은 그 렌즈의 F값으로 본다. T2.8 렌즈가 두 개 있어도 F값이 다르면 심도가 다르다.

풀프레임은 왜 아웃포커싱이 잘 되나

센서가 커서가 아니라, 같은 크기로 잡으려고 더 붙거나 더 긴 렌즈로 가기 때문이다.

먼저 짚을 게 있다. 자이스의 피사계심도와 보케 기술문서에 나오는 표현대로, 렌즈는 뒤에 뭐가 붙었는지 모른다.

50mm로 3미터 앞 사람을 찍으면 슈퍼35든 풀프레임이든 상은 똑같은 크기로 맺힌다. 배경 흐림 원의 지름도 똑같다. 포맷이 바꾸는 건 그 상을 얼마나 잘라내느냐, 그러니까 화각뿐이다.

그럼 왜 풀프레임이 얕다고들 하냐면, 화각이 달라진 걸 우리가 되돌리기 때문이다.

같은 크기로 사람을 잡으려면 풀프레임에서는 더 붙어야 한다. 50mm 그대로 쓴다면 3미터에서 2미터쯤으로 들어가야 슈퍼35에서 잡던 크기가 나온다. 붙을수록 심도는 얕아진다.

아니면 자리는 그대로 두고 렌즈를 길게 간다. 75mm로 바꾸면 같은 자리에서 같은 크기가 나온다.

재미있는 건 두 방법의 심도가 거의 같게 나온다는 거다. 심도를 정하는 게 초점거리가 아니라 필름면 위에 상이 얼마나 크게 맺히느냐라서, 붙어서 키우든 렌즈로 키우든 결과가 같다.

그러니까 포맷이 심도를 바꾸는 게 아니다. 포맷은 화각을 바꾸고, 화각을 되돌리려는 우리 행동이 심도를 바꾼다.

다만 여기엔 단서가 하나 붙는다. 봐주는 선을 고정했을 때 그렇다는 얘기다. 실제로는 그 기준값을 포맷마다 다르게 잡는다. 아리가 권하는 값도 슈퍼35는 0.025밀리미터, 라지포맷은 0.035, 65mm는 0.050으로 센서가 클수록 느슨하다. 큰 센서는 같은 화면 크기로 볼 때 덜 확대되니까 그만큼 봐주는 것이다.

그러니 정확히 말하면 이렇다. 맺히는 상은 포맷과 상관없이 똑같고, 바뀌는 건 그 상을 어디까지 맞은 걸로 칠 거냐다. 앞에서 심도가 자로 재는 숫자가 아니라고 한 게 여기서도 그대로 걸린다.

그런데 배경이 녹는 건 다른 이야기다

심도와 배경 흐림은 서로 다른 법칙을 따른다. 심도는 상이 얼마나 크게 맺히느냐가 정하고, 배경이 녹는 정도는 조리개 구멍의 실제 지름이 정한다.

붙어서 크기를 맞추면 심도는 얕아지는데 배경 흐림은 거의 그대로다. 렌즈를 길게 가면 심도도 얕아지고 배경 흐림도 같이 커진다.

이유는 조리개 구멍의 실제 크기다. 50mm를 F2.8로 쓰면 구멍이 약 18mm, 75mm를 F2.8로 쓰면 약 27mm다. 같은 F값인데 구멍이 다르다. 배경이 녹는 정도는 이 구멍 지름이 정한다.

그래서 흔히 말하는 풀프레임 룩, 배경이 크림처럼 녹는 그 느낌은 센서가 커서 생기는 게 아니라 그 포맷에서 더 긴 렌즈를 쓰게 돼서 생긴다. 붙어서 찍으면 심도만 얇아지고 그 느낌은 안 나온다.

고화소 카메라로 바꾸면 왜 초점이 어려운가

초점이 나빠진 게 아니라 봐주는 선이 빡빡해진 것이다. 픽셀이 작아지면 예전에는 그냥 넘어가던 착란원이 이제 흐림으로 보인다.

렌즈도 그대로고 실력도 그대로인데 안 맞는 것 같은 게 그래서다. 착각이 아니라는 뜻이다.

  • 픽셀이 작아지면 더 작은 흐림까지 구분해낸다
  • 예전에는 그냥 넘어가던 착란원이 이제 흐림으로 보인다
  • 결과적으로 심도가 얕아진 것처럼 느껴진다

렌즈도 마찬가지다. 좋은 렌즈일수록 점을 작게 맺으니까 그만큼 심도가 얕게 느껴진다. 잘 만든 장비일수록 초점을 안 봐준다.

현장에서 이건 사람 문제로 넘어온다. 바디를 올리면 포커스풀러가 감당해야 하는 폭이 좁아진다. 배우가 조금만 움직여도 나가고, 그만큼 테이크가 늘어난다. 장비를 올렸는데 촬영 속도가 느려지는 게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니터에서 피킹을 켜는 건 답이 아니다. 피킹으로 맞춰놓고 큰 화면에서 보면 샤프하지 않다. 후반에서 샤프니스로 어느 정도 만질 수는 있는데, 그걸 덜 하려고 비싼 인력인 포커스풀러를 쓰는 거다. 피킹 없이 맞추는 걸 연습하는 쪽이 맞다.

그리고 바디를 바꾸면 모니터링도 같이 봐야 한다. 작은 화면으로 보던 방식 그대로 가면 현장에서는 맞은 것 같은데 후반에서 나간 게 보인다.

장비가 나빠진 게 아니다. 봐주는 선이 올라간 거고, 그 값은 화질이 아니라 촬영 속도로 치른다.

선배들이 쓰던 어림셈은 왜 요즘 안 맞나

기준이 바뀌었는데 셈법은 그대로라서다.

현장에서 배운 말이 있다. 50미리에 조리개 4 물리고 열 자쯤 앞에 사람이 서 있으면 심도가 앞뒤로 한 자다. 줄자 안 대고 눈대중으로 굴리던 숫자다.

계산해보면 실제로 맞는다. 35미리 필름 시절 쓰던 기준값으로 넣으면 앞으로 1.3자, 뒤로 1.7자가 나온다. 어림셈이 딱 그 언저리다.

문제는 이 숫자가 필름 기준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기준을 요즘 쪽으로 조여보면 이렇게 준다.

기준값앞뒤
0.030mm — 필름 시절1.26자1.68자
0.025mm — 슈퍼351.07자1.36자
0.015mm0.67자0.77자
0.011mm0.50자0.56자

같은 렌즈 같은 조리개 같은 거리인데 심도가 절반이 된다. 렌즈가 바뀐 것도 카메라가 바뀐 것도 아니고 어디까지 봐줄지가 바뀐 것뿐이다.

필름 시절에는 이 어림셈으로 심도 안에서 포커스를 따라가면 됐다. 극장 스크린이 크긴 해도 필름 자체의 입자와 프린트를 거치면서 어느 정도 뭉개졌으니까.

지금은 다르다. 집에 있는 티브이가 4K로 65인치, 75인치씩 된다. 심도 안에 넣었는데도 눈에 딱 맞는 느낌이 안 든다. 어림셈이 틀린 게 아니라 그 셈이 깔고 있던 봐주는 선이 올라간 것이다.

피킹을 켜고 맞추면 왜 나중에 안 맞나

피킹도 결국 봐주는 선을 하나 정해놓고 그 안이면 표시해주는 것이라서다.

카메라나 모니터가 대비가 튀는 가장자리를 잡아 색으로 칠해주는 게 피킹인데, 그 판단이 지금 그 화면 해상도 안에서 이뤄진다. 5인치 모니터에서 초록색이 올라왔다고 65인치에서도 맞는 게 아니다.

그래서 나는 피킹을 잘 안 켠다. 켜놓으면 초록색을 보고 맞추게 되는데, 그건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초록색을 맞추는 게 된다. 확대해서 눈으로 보는 편이 낫다.

이것도 결국 같은 이야기다. 어디까지 봐줄지를 누가 정했느냐, 그리고 그 기준이 최종적으로 보는 화면과 맞느냐.

아리 카메라에는 이 기준을 고르는 메뉴가 있다

알렉사 35 사용설명서를 보면 Lens & ECS 아래 Circle of Confusion 항목에서 이 기준값을 직접 고른다. 어디까지 봐줄지를 카메라가 메뉴로 물어보는 셈이다.

고를 수 있는 값은 0.009 / 0.013 / 0.025 밀리미터다. 알렉사 LF 메뉴 설정표를 보면 LF나 XT 계열은 LDS 옵션 아래에 있고 값이 0.013부터 0.050까지다.

이게 뭘 하냐면, 렌즈가 보내주는 정보와 합쳐져서 심도 표시를 계산한다. 요즘 시네마 렌즈는 지금 초점이 어디에 맞았는지, 조리개가 얼마인지, 초점거리가 몇인지를 카메라에 계속 보낸다. 아리 쪽에서는 이걸 LDS라고 부른다. 거기에 착란원 값을 얹으면 근점과 원점이 나온다.

착란원을 크게 잡으면 화면에 뜨는 심도가 넓어지고, 작게 잡으면 좁아진다.

여기서 헷갈리기 쉬운 게 있다. 이 값을 바꿔도 실제 심도는 하나도 안 바뀐다. 찍히는 그림도 그대로다. 바뀌는 건 카메라가 보여주는 숫자뿐이다. 봐주는 선을 옮긴 거지 렌즈를 손댄 게 아니니까.

찾아보다가 내 짐작이 틀린 걸 하나 알았다. 나는 이게 최종 출력 매체에 맞추는 값인 줄 알았다. 극장에 걸 거면 빡빡하게, 작은 화면이면 러프하게 하는 식으로. 아리 문서는 그렇게 안 되어 있었다. Hi-5 핸드유닛 사용설명서에 실린 권장값이 센서 포맷 기준이다. 슈퍼35는 0.025, 라지 포맷은 0.035, 65mm는 0.050.

방향도 반대였다. 해상도가 올라갔으니 좀 러프하게 잡아도 되겠거니 했는데 실제로는 더 빡빡한 쪽으로 갔다. 알렉사 35에서는 큰 값들을 목록에서 아예 빼고 대신 0.009라는 더 작은 값을 새로 넣었다.

하나 더. 포커스 리모트에도 같은 설정이 따로 있다. 바디랑 핸드유닛이 서로 다른 값으로 잡혀 있으면 카메라에 뜨는 심도랑 포커스풀러가 보는 심도가 다르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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