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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촬영

조리개를 조일수록 선명해질까 — 회절과 최적 조리개

알쓸

조리개를 조일수록 선명해지지 않는다. 아리 문서에 적힌 알렉사 LF 오픈게이트 36.70mm 폭·가로 4448 포토사이트로 픽셀 크기를 내고, 1.34로 나눠 한계 F값을 계산했다. 자료마다 3분의 1 스톱쯤 차이 나는 건 흔하다.

앞 편에서 열고 가면 구석이 무너진다고 했다. 그럼 조이고 가면 해결되나.

영상 · 촬영조리개를 열면 화면 구석이 흐려지는 이유

대체로 해결된다. 다만 이유가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

조리개를 조이면 왜 구석이 정리되나

조이고 가면 심도가 깊어지니까 착란원이 작아져서 구석도 정리되는 것 같지만, 그게 아니다.

조인다는 건 가장자리 광선을 통째로 잘라낸다는 뜻이다. 코마도 비점수차도 바깥쪽 유리를 지나온 빗각 광선이 만든다. 그 광선이 아예 안 들어오면 원인이 사라진다.

착란원의 크기가 줄어서가 아니라, 착란원을 찌그러뜨리던 빗각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효과가 빠르다. 대부분의 시네 렌즈는 개방에서 한두 스톱만 조이고 가도 구석이 눈에 띄게 정리된다.

  • 개방 — 코마와 고양이눈이 심하다
  • 한두 스톱 — 구석이 크게 정리된다
  • 중간 — 구석 착란원도 원에 가까워진다
  • 더 조이면 — 원이긴 한데 전체가 물러진다. 여기서 회절이 시작된다

조리개를 조여도 구석 수차가 왜 완전히 안 사라지나

조리개로 광선을 잘라도 렌즈의 기하학적 구조 자체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이유가 셋이다.

  • 조리개로 광선을 잘라도 렌즈의 기하학적 구조와 잔여 수차는 그대로다
  • 화면 구석으로 가는 빛은 중심보다 언제나 입사각이 크다. 완전히 대칭인 착란원은 원리적으로 불가능하다
  • 너무 조이면 회절이 등장해서 다른 방식으로 다시 뭉개진다

회절이란 무엇인가

빛이 좁은 구멍을 지나면 곧게 나아가지 않고 가장자리에서 휘어 퍼진다. 퍼진 빛들이 서로 간섭해서 만드는 동심원 패턴을 에어리 디스크라고 한다.

이게 렌즈가 만들 수 있는 가장 작은 점의 실체다. 그리고 구멍이 작아질수록 이 원은 커진다. 조일수록 점이 커진다는 뜻이다.

여기서 2편의 최소착란원이 다시 나온다. 조여서 수차를 줄이는 만큼 회절이 최소착란원을 키운다. 두 힘이 정반대로 작용한다.

  • 열고 가면 → 수차가 크고 회절은 거의 티가 안 난다
  • 조이고 가면 → 수차는 줄고 회절이 커진다

그 사이 어딘가에 두 손실의 합이 가장 작은 지점이 있다. 그게 스위트 스팟이다. Imatest 의 회절과 최적 조리개 문서도 그 지점을 대체로 개방에서 두세 스톱 조인 근처로 잡는다.

크롭 센서는 왜 회절에 더 빨리 걸리나

회절이 언제부터 눈에 띄는지는 조리개 숫자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에어리 디스크가 픽셀보다 커지는 순간부터 보인다.

  • 픽셀이 작으면(고화소, 작은 센서) 더 일찍 걸린다
  • 같은 값이라도 S35나 m4/3는 풀프레임보다 먼저 물러진다

그래서 "여기서부터 회절"처럼 숫자 하나로 외우는 건 위험하다. 정확히 말하면 센서가 작아서 빨리 걸리는 게 아니라 픽셀이 작아서 빨리 걸린다. 작은 센서에 화소를 많이 넣으면 픽셀이 작아지니까 결과적으로 같은 말이 되는 것뿐이다.

내 카메라는 몇 스톱부터 회절이 걸리나

픽셀 크기를 1.34로 나누면 대략 나온다. 계산이 단순해서 직접 해볼 수 있다.

SPIE 옵티피디아의 회절한계 항목에 나오듯 에어리 원반의 지름은 파장 곱하기 조리개 값에 비례한다. 초록빛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지름이 대략 F값 곱하기 1.34 마이크로미터쯤 된다. F4면 5.4, F8이면 10.7 마이크로미터다.

그리고 픽셀 하나의 크기가 있다. 이 원반이 픽셀보다 커지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회절이 측정에 잡힌다.

바디픽셀 크기원반이 픽셀만 해지는 지점
알렉사 LF (4.5K 라지 포맷)8.25㎛F6.2
알렉사 35 (4.6K 슈퍼35)6.08㎛F4.5
6K 슈퍼354.4㎛F3.3
6100만 화소 풀프레임 사진기3.76㎛F2.8

숫자가 좀 놀랍다. 6천만 화소 사진기는 F2.8부터 회절 영역에 들어간다. 반대로 알렉사 LF는 F6까지 여유가 있다.

같은 라지 포맷인데 사진기와 시네마카메라의 여유가 이렇게 다른 게, 한쪽은 화소를 최대한 넣었고 한쪽은 픽셀을 크게 가져갔기 때문이다. 시네마카메라가 4K 언저리에서 오래 머무는 이유 중 하나가 이거다. ARRI 의 ALEV 센서 설명도 큰 포토사이트를 쓰는 이유로 관용도와 감도, 낮은 크로스토크를 든다. 화소를 올리면 회절 여유와 감도를 같이 내놓게 된다.

계산은 직접 해봐도 된다. ARRI 의 ALEXA LF FAQ에는 LF 오픈게이트가 36.70mm 폭에 가로 4448 포토사이트라고 적혀 있다. 센서 가로 길이를 가로 화소 수로 나누면 픽셀 크기가 나오고, 그걸 1.34로 나누면 그 바디의 대략적인 한계 F값이 나온다.

그런데 시네 렌즈에는 F가 안 적혀 있다

위 표의 숫자는 전부 F값인데, 현장에서 쓰는 시네 렌즈 배럴에는 거의 다 T가 적혀 있다. 그래서 눈금과 표를 그대로 맞춰 읽으면 안 된다. 배럴에 F가 적힌 시네 렌즈는 사실상 없다.

2편에서 노출은 T로 맞추고 심도는 F로 본다고 썼는데, 회절도 F 쪽이다. 회절은 빛이 실제 구멍 가장자리를 스치면서 생기는 거라, 유리를 지나며 얼마나 잃었는지는 상관이 없다. 순전히 구멍의 실제 지름 문제다.

T는 실측이라 항상 F보다 크다. 그러니까 배럴을 T5.6에 놓으면 실제 F는 그보다 조금 작다. 렌즈마다 다르지만 3분의 1 스톱쯤 차이 나는 경우가 흔하다.

방향으로 보면 이렇다. 배럴에 적힌 T값을 그냥 F값이라고 치고 표를 보면, 회절을 실제보다 조금 세게 잡는 셈이 된다. 생각보다 여유가 조금 더 있다는 뜻이다.

큰 차이는 아니다. 다만 표를 배럴 눈금이랑 그대로 맞춰 읽으면 안 된다는 것 정도는 알아두면 된다.

제일 선명한 조리개는 어디라고들 하나

흔히 개방에서 두 스톱 조이면 제일 좋다고 한다. T1.4 렌즈면 T2.8 근처라는 식이다.

좀 더 정확하게는 구간으로 이야기한다. 개방에서 두 스톱쯤 조인 지점부터, 회절이 세지기 시작하는 지점 사이. 35mm 계열 렌즈로 보면 그 구간이 대체로 F5.6에서 F11 사이라고 정리되어 있다.

그런데 이게 렌즈마다 다르다. 그리고 여기서 좀 답답한 게 있는데, 렌즈 회사가 내는 MTF 차트를 봐도 이걸 알 수 없다.

MTF 차트는 대개 개방에서 잰 것이다. 렌즈가 제일 불리한 조건에서 얼마나 버티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라 그렇다. 그래서 차트가 아무리 좋아도 "이 렌즈는 어디까지 조였을 때 제일 좋은가"는 안 나온다.

조여가며 잰 자료를 내는 곳은 많지 않다. 렌즈렌탈스 같은 곳이 같은 렌즈를 열 개쯤 사서 개방에서 다 재보고, 그중 평균에 가까운 개체를 하나 골라서 조여가며 다시 재는 식으로 낸다. 개체 편차를 걷어내려는 거다. 같은 모델이라도 개체마다 다르다는 걸 전제로 깔고 시작하는 셈이다.

그래서 결론이 좀 싱겁다. 남의 숫자는 방향만 알려준다. 두 스톱쯤 조이면 좋아진다, 너무 조이면 회절이 온다, 그 사이 어딘가다. 정확한 지점은 쓰는 렌즈와 바디 조합에서 나오는 거고, 그건 결국 한 번 찍어봐야 안다.

최적 조리개를 알아도 왜 현장에서 못 쓰나

렌즈가 제일 좋은 지점을 알고 있어도 거기 두고 갈 수 있는 날이 흔치 않다.

광량이 안 나오면 못 조인다. 실내 야간에서 스위트 스팟까지 조이려면 조명을 그만큼 더 때려야 하는데, 시간과 인원이 안 되면 그냥 열고 간다. 렌즈 성능보다 스케줄이 먼저 걸린다.

심도가 필요하면 스위트 스팟을 넘어간다. 인물 둘이 앞뒤로 서 있고 둘 다 살려야 하는 컷이면, 회절 구간인 걸 알면서도 조이고 들어간다. 구석이 살짝 무른 것보다 초점이 나간 게 훨씬 크게 보인다.

그래서 실제 판단은 이렇게 간다. 화질이 최고인 지점을 찾는 게 아니라, 이 컷에서 뭘 포기할지 고르는 것이다. 회절로 전체가 조금 무른 건 대체로 감수할 수 있는 손실이다.

그러니까 스위트 스팟은 수차랑 회절의 손실을 합쳤을 때 제일 작아지는 지점이고, 그 위치는 포맷이랑 화소에 따라 다르다. 남의 숫자를 외우는 것보다 내 바디로 한 번 찍어보는 게 빠르다.

그리고 거기 두고 갈 수 있는 날이 생각보다 적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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