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과 파묘를 같은 사람이 찍었다 — 한국 촬영감독을 따라가봤다
알쓸
베테랑과 타짜가 같은 촬영감독이고, 서울의 봄과 파묘도 그렇다. 한국영상자료원 KMDb로 세어보니 최영환 33편·이모개 32편·홍경표 36편이다. 오아시스는 최영환이 아니라 최영택(16편)이라 이름 한 글자로 갈린다.
영화 크레딧에서 촬영감독 이름을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는 직업이 그래서 보는데, 보다 보면 같은 이름이 자꾸 나온다.
그래서 한국영상자료원 KMDb에서 몇 사람을 따라가봤다. 작품별 크레딧은 다 있는데 사람별로 묶어서 보여주는 화면이 없어서, 한 명씩 열어서 셌다.
익숙한 영화가 한 사람 손에 몰려 있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았다.
베테랑과 모가디슈와 밀수는 누가 찍었나
최영환 촬영감독이다. 류승완 감독과 스물네 해 동안 여덟 편을 했다.
| 연도 | 작품 |
|---|---|
| 2000 |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
| 2000 | 다찌마와 리 |
| 2002 | 피도 눈물도 없이 |
| 2012 | 베를린 |
| 2014 | 베테랑 |
| 2021 | 모가디슈 |
| 2023 | 밀수 |
| 2024 | 베테랑2 |
류승완의 데뷔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부터다. 두 사람이 같이 시작해서 지금까지 왔다.
액션을 찍을 때 제일 어려운 건 거리다. 붙으면 때리는 게 아프게 보이는데 여기가 어딘지를 잃고, 떨어지면 공간은 살아나는데 안 아파 보인다. 그 사이 어디쯤인지를 컷마다 다시 찾아야 한다.
「베테랑」에서 좁은 데 엉겨 붙어 싸우는 장면들이 그 판단의 연속이다. 한 사람이 이십 년 넘게 같은 감독 옆에서 그걸 해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타짜와 도둑들도 최영환이다
최동훈 감독과 네 편을 했다. 「범죄의 재구성」(2004)·「타짜」(2006)·「전우치」(2009)·「도둑들」(2012)이다.
즉 2000년대 중후반에 이 사람은 류승완과 최동훈을 오가며 찍고 있었다.
여기서 한 번 헛짚었다. 이창동의 「오아시스」(2002)도 이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아니다. 「오아시스」는 최영택 촬영감독이다. 이름이 한 글자 차이라 섞이기 쉬운데 KMDb 인명 DB에 각각 따로 있다. 최영환 쪽 촬영 33편에 오아시스가 없고, 최영택 쪽 16편에 있다. 최영택은 홍상수의 「생활의 발견」(2002)과 박흥식의 「인어공주」(2004)를 찍은 다른 사람이다.
그래서 최영환의 축은 둘이다. 류승완의 액션과 최동훈의 케이퍼.
두 감독이 카메라에 시키는 일도 이미 꽤 다르다. 류승완은 카메라가 몸을 쫓아가야 하고, 최동훈은 관객이 무엇을 언제 알게 될지를 카메라가 정해야 한다. 케이퍼가 재미있으려면 아직 안 보여준 게 남아 있어야 하니까.
거기에 데뷔작이 정재은의 「고양이를 부탁해」(2001)이고, 「혈의 누」(2005)로 춘사영화제 촬영상을 받았다. 결이 한 갈래로 모이지 않는 필모다.
최영환은 1971년생이고 KMDb 기준 촬영 33편이다. 최근작은 「베테랑2」(2024)와 장항준의 「왕과 사는 남자」(2025)다.
해적과 더 문은 누가 찍었나
김영호 촬영감독이다. 두 작품 다 KMDb 크레딧에 촬영 김영호로 올라 있다.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은 이석훈 감독이고 「더 문」(2023)은 김용화 감독이다. 감독이 다른데 촬영이 같다.
둘 다 화면에 돈이 많이 들어간 쪽이다. 바다와 우주라는 게 한국에서 찍기 제일 까다로운 두 배경이기도 하고.
서울의 봄과 파묘는 누가 찍었나
둘 다 이모개 촬영감독이다. 2023년과 2024년 극장을 채운 두 편이 한 사람 손이다.
「서울의 봄」은 김성수 감독이고 「파묘」는 장재현 감독이다. 감독도 제작사도 장르도 다른데 촬영이 같다.
이모개는 감독 셋과 각각 오래 갔고 거기에 「파묘」가 붙었다.
| 감독 | 작품 |
|---|---|
| 김지운 | 장화, 홍련(2003) ·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 악마를 보았다(2010) · 인랑(2018) |
| 김성수 | 감기(2013) · 아수라(2016) · 서울의 봄(2023) |
| 허진호 | 나의 새 남자친구(2004) · 외출(2005) · 천문(2018) |
| 장재현 | 파묘(2024) |
1972년생이고 KMDb 기준 촬영 32편이다. 김지운과는 2003년부터 열다섯 해다.
「악마를 보았다」와 「서울의 봄」과 「파묘」가 한 사람이라는 게 이 표에서 제일 눈에 띄는 줄이다.
어두운 장면은 어둡게 찍으면 안 된다. 어두워 보이게 찍어야 한다. 그 둘은 완전히 다른 일이다.
「악마를 보았다」의 밤길, 「서울의 봄」의 지하 상황실, 「파묘」의 파헤친 자리. 다 빛이 거의 없어야 하는데 배우 얼굴은 읽혀야 하는 화면이다. 조명을 얼마나 넣느냐가 아니라 어디에 딱 하나만 놓느냐를 정하는 일이고, 그 자리를 틀리면 무섭지가 않다.
셋을 한 사람이 찍었다는 게 크레딧에 그렇게 남아 있다. 물론 감독이 그래서 골랐는지 어쩌다 그리 됐는지는 본인들만 안다.
수리남은 누가 찍었나
고락선 촬영감독이다. 그리고 이 사람은 조명을 하다 촬영으로 넘어왔다.
윤종빈 감독과의 이력이 재미있다. 「비스티 보이즈」(2008)와 「범죄와의 전쟁」(2012)을 찍었는데, 그다음 「군도」(2014)와 「공작」(2018)은 최찬민 촬영감독이 찍었다. 그리고 십 년 만에 「수리남」(2022)으로 돌아왔다.
이어서 간 게 아니라 갔다가 돌아온 경우다.
넷플릭스 「킹덤: 아신전」(2021)도 고락선이다. 여기는 B캠 촬영에 김영국 촬영감독이 따로 있다.
영화 쪽 필모도 두껍다. 「관상」(2013)·「내부자들」(2015)·「검은 사제들」(2015)·「택시운전사」(2017)·「마약왕」(2018)·「남산의 부장들」(2020)·「보호자」(2023)·「보통의 가족」(2024)이 다 이 사람이다.
이름 표기가 두 가지로 나온다. 초기 크레딧에는 고낙선이었고 지금은 고락선이다. KMDb도 「고락선, 기타이름 고낙선」으로 같은 사람으로 잡아둔다.
영화 찍던 사람들이 시리즈로 가면
감독은 그대로인데 촬영감독은 바뀌는 경우가 있다.
| 작품 | 플랫폼 | 감독 | 촬영 |
|---|---|---|---|
| 리틀 드러머 걸(2018) | BBC | 박찬욱 | 김우형 |
| 킹덤: 아신전(2021) | 넷플릭스 | 김성훈 | 고락선 |
| Dr. 브레인(2021) | 애플TV+ | 김지운 | 김천석 |
| 수리남(2022) | 넷플릭스 | 윤종빈 | 고락선 |
| 북극성(2025) | 디즈니+ | 김희원·허명행 | 이모개 |
김지운은 영화에서 이모개와 네 편을 했는데 「Dr. 브레인」은 김천석 촬영감독이 찍었다. 반대로 이모개는 「북극성」으로 시리즈에 갔다.
박찬욱의 「리틀 드러머 걸」은 김우형 촬영감독이다. 정정훈과 갈리기 전인 2018년인데 이건 다른 사람에게 갔다.
기생충과 곡성과 버닝은
전부 홍경표 촬영감독이다. 감독이 셋 다 다른데 촬영은 한 사람이다.
| 감독 | 작품 |
|---|---|
| 봉준호 | 마더(2009) · 설국열차(2013) · 기생충(2019) |
| 나홍진 | 곡성(2015) · 호프(2026) |
| 이창동 | 버닝(2018) |
| 고레에다 히로카즈 | 브로커(2022) |
봉준호·나홍진·이창동이 한 사람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브로커」까지 찍었다.
카메라가 가만히 있는 영화일수록 촬영이 더 드러난다. 안 움직이기로 했으면 프레임 안에 무엇을 넣고 뺄지가 전부가 되니까.
「기생충」의 그 계단, 「버닝」의 해질녘, 「곡성」의 비 오는 산길. 셋 다 카메라는 조용한데 화면은 꽉 차 있다. 봉준호와 나홍진과 이창동이 원하는 게 서로 다른데, 그 조용함만은 셋 다 같은 사람에게 맡긴 셈이다.
홍경표는 1962년생이고 촬영 36편이다. KMDb 계보 자료를 보면 이석기와 손현채 문하에서 나왔다.
올드보이부터 아가씨까지는
정정훈 촬영감독이다. 박찬욱 감독과 열세 해 일곱 편이다.
올드보이(2003) · 쓰리, 몬스터(2004) · 친절한 금자씨(2005) ·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 · 박쥐(2009) · 스토커(2013) · 아가씨(2016).
「스토커」는 박찬욱의 첫 할리우드 작품인데 거기도 정정훈이 갔다.
그 뒤로 정정훈은 할리우드 쪽 일이 늘었다. 에드가 라이트의 「라스트 나잇 인 소호」(2021)와 「더 러닝 맨」(2025), 루벤 플라이셔의 「좀비랜드: 더블 탭」(2019)과 「언차티드」(2022)를 찍었다.
「헤어질 결심」(2022)은 김지용 촬영감독이 찍었다. 이십 년 가까이 이어진 짝이 그렇게 갈렸다.
부산행은
이형덕 촬영감독이다. 연상호 감독과 「부산행」(2016)·「반도」(2020) 두 편을 했다.
이형덕은 KMDb에 촬영 29편과 함께 조명 경력이 나란히 올라 있다. 조명을 하다 촬영으로 넘어온 경우다.
제일 오래 간 짝은 누구인가
임권택 감독과 정일성 촬영감독이다. 1979년부터 2006년까지 스물일곱 해, 열아홉 편이다.
정일성의 KMDb 필모그래피가 98편인데 그중 임권택 작품이 19편이다. 서편제(1993)·취화선(2002)·춘향뎐(2000)·장군의 아들 3부작·만다라(1981)·길소뜸(1985)이 다 여기 들어 있다.
정일성은 1929년생이고 1957년에 데뷔했다. 임권택과 처음 만난 게 쉰 살 때고 마지막 작품인 「천년학」이 일흔일곱 살 때다.
반대로 매번 바꾸는 감독도 있나
이창동 감독이다. 확인된 다섯 편이 전부 다른 사람이다.
| 작품 | 촬영감독 |
|---|---|
| 초록 물고기(1997) | 유영길 |
| 박하사탕(1999) | 김형구 |
| 오아시스(2002) | 최영택 |
| 밀양(2007) | 조용규 |
| 버닝(2018) | 홍경표 |
한 사람도 겹치지 않는다. 그러니 오래 가는 짝이 좋은 영화의 조건은 아니다.
한국은 콤비 말고 다른 축이 있나
도제로 이어지는 쪽이 있다.
KMDb가 정리한 촬영감독 계보를 보면 이석기와 손현채 문하에서 홍경표가 나왔고, 장석준 문하에서 유영길 촬영감독이 나와 김성복으로 이어졌다. 김형구와 박현철은 유학파로 분류돼 있다.
유영길은 1935년생으로 78편을 찍고 1998년에 세상을 떠났다. 장선우와 여섯 편, 최하원과 다섯 편, 박광수와 이명세와 각각 네 편이다. 한 감독과 오래 가기보다 여러 감독과 두루 했다.
바깥은 감독과 촬영감독이 짝을 이뤄 오래 가는 이야기가 많은데, 한국은 사람이 사람에게 이어지는 축이 하나 더 있다.
이 표는 어디서 온 것인가
전부 한국영상자료원 KMDb다.
촬영감독 인물 페이지의 필모그래피에서 「촬영」 항목만 골라 감독별로 묶었다. 목록이 화면에서 그려지는 방식이라 페이지를 하나씩 열어야 나온다. 2026년 8월 13일에 셌다.
김영호와 「헤어질 결심」·「박하사탕」·「오아시스」·「밀양」은 인물 페이지가 아니라 작품 크레딧 페이지에서 확인했다.
감독과 촬영감독이 오래 붙어 다니는 이야기는 따로 적었다.
영상 · 영화감독은 왜 같은 촬영감독을 계속 쓰나 — 스필버그 영화 21편을 한 사람이 찍었다댓글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