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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화장품

「기미」는 화장품에 못 쓰는 말인 줄 알았는데 비고란에 문이 있었다 — 미백 고시 성분은 아홉 개다

알쓸

「기미」는 금지 표현 목록에 있는데 같은 줄 비고란에 예외가 붙어 있다. 미백 기능성으로 심사·보고를 받으면 「기미, 주근깨 완화에 도움」까지 쓸 수 있다. 식약처 원장에 제품명에 「기미」가 든 것이 307건, 미백은 1,027건이다. 자료 없이 쓸 수 있는 고시 성분은 아홉 개다.

기미 앰플을 검색하면 제품이 많이 나온다. 그런데 그 제품들 이름과 설명에 「기미」가 잘 없다.

앞에 재생크림 쓰면서 본 그 목록에 이것도 있었다.

기미 앰플이라는 게 뭔가

부르는 말이다. 화장품 분류에는 없다.

기미는 질환명이다. 의학 용어로는 과색소침착증이고 병원에서 진단하고 치료하는 대상이다. 그래서 금지 표현 목록에 이름이 올라 있다.

그런데 그 줄에 비고가 붙어 있었다. 조건을 갖추면 열린다. 처음에는 그 칸을 안 보고 「못 쓰는 말」로 읽었다.

「기미」는 화장품에 쓸 수 있는 말인가

목록에 이름은 그대로 있다. 다만 무조건 금지가 아니라 조건부다.

식약처 「금지되는 화장품 표시·광고의 표현 범위 및 기준」 첫 장에 이렇게 적혀 있다.

같은 칸에 「치료·회복」과 「피부 이외 신체 특정부위에 사용하여 의학적 효능·효과 표방」이 나란히 있다. 질환 이름을 걸면 의약품으로 오인될 수 있다는 이유다.

그런데 이 표는 오른쪽에 비고 칸이 붙는 구조다. 그 줄의 비고가 이렇다.

별표 2를 열면 「기미, 주근깨 완화에 도움」이 실려 있고 옆 칸에 조건이 적혀 있다.

그러니까 「기미」는 아무 화장품이나 못 쓰는 말이지 아예 못 쓰는 말이 아니다. 미백 기능성으로 절차를 밟고 그 자료로 입증하면 「기미, 주근깨 완화에 도움」까지 쓸 수 있다. 여드름 줄에도 비슷한 비고가 붙어 있다.

원장을 열어보면 실제로 그렇다. 식약처 기능성화장품 보고 원장에서 제품명에 「기미」가 든 것이 307건이다(2026년 9월 2일 조회). 같은 창에서 미백은 1,027건, 멜라케어는 70건, 주근깨는 0건이다. 이름에 「기미 앰플」이라고 그대로 적은 것도 있다.

그럼 쓸 수 있는 말은 뭔가

미백이다. 다만 조건이 붙는다.

기능성화장품으로 심사를 받거나 보고를 해야 한다. 같은 목록에 이렇게 적혀 있다.

즉 아무 제품이나 미백이라고 쓸 수 없다. 절차를 밟은 제품만 쓴다.

그리고 미백의 정의가 「피부의 미백에 도움을 준다」다. 무엇을 없앤다는 말이 아니다. 심사·보고를 받으면 효능·효과 문구까지 그 문장으로 제한된다.

미백 기능성 성분은 몇 개인가

자료 제출 없이 쓸 수 있는 고시 성분이 아홉 개다. 함량도 같이 정해져 있다.

기능성화장품 심사에 관한 규정 별표 4에 있는 그대로다.

성분함량
닥나무추출물2%
알부틴2~5%
에칠아스코빌에텔1~2%
유용성감초추출물0.05%
아스코빌글루코사이드2%
마그네슘아스코빌포스페이트3%
나이아신아마이드2~5%
알파-비사보롤0.5%
아스코빌테트라이소팔미테이트2%

이 목록에 없는 성분으로 미백을 표방하려면 자료를 따로 내서 심사를 받아야 한다.

앞에 선크림 글에서 어떤 앰플이 나이아신아마이드를 20,020ppm으로 적어둔 걸 봤는데, 2.002%라 이 표의 아래 끝을 막 넘긴 값이었다. 많이 넣었다는 뜻이 아니라 인정받는 최소선에 맞췄다는 뜻이다.

글루타치온은 그 목록에 있나

없다. 그리고 이게 금지 표현과 직접 걸린다.

같은 금지 목록의 원료 관련 표현 칸에 이렇게 적혀 있다.

글루타치온은 미백 고시 아홉 개에 없다. 그러니 글루타치온이 들었다는 이유로 미백을 표방하면 이 조항에 걸린다.

같은 칸에 이것도 있다.

고시 성분을 넣었다고 적는 것조차 심사·보고를 안 했으면 못 쓴다는 뜻이다.

글루타치온 제품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그 성분으로 미백을 기대하는 건 제도가 뒷받침하는 기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제품 이름에 왜 멜라케어라고 붙나

처음에는 「기미」를 못 쓰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세어보니 그게 아니었다.

식약처 기능성 보고 원장을 열어보면 이런 이름들이 있다. 멜라케어스피큘토닝샷앰플, 멜라케어인텐시브크림, 멜라케어젤리터치듀얼패드. 전부 한 회사 것이고 2021년과 2024년에 보고됐다.

그런데 같은 원장에서 제품명에 「멜라케어」가 든 것은 70건이고 「기미」가 든 것은 307건이다. 기미 쪽이 네 배 넘게 많다. 그러니 「기미를 못 써서 멜라케어를 쓴다」는 설명은 성립하지 않는다. 조어를 쓰는 이유는 다른 데 있을 텐데, 그게 뭔지는 원장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

확실한 건 이것뿐이다. 금지 목록에 이름이 올라 있다는 것과 라벨에 못 올린다는 것은 다른 말이다.

그래서 기미 앰플을 고를 때 뭘 보나

문구는 걸러진 상태라 정보가 적다. 확인되는 자리가 둘 있다.

기능성 보고를 했는지 본다. 의약품안전나라에서 제품명으로 찾으면 나온다. 보고를 안 했으면 미백을 표방할 수 없으니, 미백을 기대하고 사는 거라면 여기 있는지부터 보는 게 순서다.

고시 성분이 앞쪽에 있는지 본다. 전성분은 함량 많은 순이라 위 아홉 개 중 하나가 앞쪽에 있으면 그 성분으로 기능성을 잡은 제품이다. 1퍼센트 이하는 순서를 안 지켜도 되니 뒤쪽끼리는 못 따진다.

두 가지 다 안 맞으면 그 제품은 미백 기능성 제품이 아니라 그냥 앰플이다.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라 기대할 것이 다르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읽기로 했나

세 번째다.

선크림에서 「피부과 전용」과 「코스메슈티컬」을 봤고, 크림에서 「재생」을 봤고, 이번엔 「기미」다. 세 번 다 금지 표현 목록에서 이름을 찾았는데, 이번엔 목록의 오른쪽 칸까지 봐야 했다.

목록에 있다는 것과 못 쓴다는 것은 다른 말이었다. 「기미」는 조건을 갖추면 쓸 수 있고, 실제로 307건이 쓰고 있다.

찾는 사람 입장에서 답답한 일이지만 규정을 알고 나면 읽는 법이 생긴다. 문구가 조심스러운 쪽이 오히려 절차를 밟은 제품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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