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압 10,000mm는 물기둥 10미터다 — 그런데 시험법을 같이 적은 재킷이 없었다
알쓸
내수압 10,000mm는 높이 10미터 물기둥이 누르는 압력(0.97기압)이고, 시험편 뒷면 세 곳에서 물이 나올 때 끝나는 시험으로 잰다. 국내 방수 재킷 여섯 벌을 열어보니 수치를 적은 것은 한 벌이고 시험법을 같이 적은 것은 0건이었다. 고어텍스 공식 페이지에는 수치가 아예 없다. 국가기술표준원의 외의류 표시 의무 일곱 가지에 방수·투습이 없어서다.
방수 재킷을 나란히 놓고 고르려다 막혔다. 코오롱스포츠 레인코트에는 「내수압 6K 및 투습도 3K 이상의 기능성 원단 적용」이라고 적혀 있는데, 같은 브랜드 고어텍스 재킷에는 「우수한 방수기능」·「우수한 투습성」이라고만 적혀 있다. 한쪽은 숫자고 한쪽은 형용사라 비교가 안 된다.
숫자가 적힌 쪽도 문제가 남는다. 「3K」의 단위가 안 적혀 있고, 그 값을 어느 시험으로 쟀는지도 안 적혀 있다.
내수압의 mm는 길이가 아니라 압력이다
물기둥을 세워서 누르는 시험이라 결과가 곧 그 물기둥의 높이다. 그래서 단위가 mm다. 10,000mm는 높이 10미터짜리 물기둥이 누르는 압력을 버텼다는 뜻이고, 압력으로 바꾸면 이렇다.
| 내수압 | 압력 | 기압으로 |
|---|---|---|
| 2,000mm | 19.6kPa · 2.84psi | 0.19기압 |
| 7,000mm | 68.6kPa · 9.96psi | 0.68기압 |
| 10,000mm | 98.1kPa · 14.2psi | 0.97기압 |
| 28,000mm | 274.6kPa · 39.8psi | 2.71기압 |
1psi가 703mm다(1psi = 6,894.757Pa, 1mmH₂O = 9.80665Pa로 직접 계산했다).
국제 규격은 ISO 811이고 한국은 KS K ISO 811, 고수압 쪽으로 KS K 0592가 따로 있다. 일본 JIS L1092는 A법(저수압)과 B법(고수압)으로 나뉘는데, A법은 수위를 분당 600mm씩 올린다.
끝나는 지점이 재미있다. 물이 한 방울 비치면 끝이 아니라 시험편 뒷면 세 곳에서 물이 나올 때가 종료 조건이다. ISO 811·AATCC 127·GB/T 4744가 다 이 방식으로 설명된다. 한 군데가 새는 건 아직 통과다.
⚠️ ISO 811 원문은 유료라 1차 출처로 대조하지 못했다. 위 상승 속도와 종료 조건은 시험기관·업계 공개 자료를 겹쳐 읽은 것이다.
10미터짜리 물기둥은 사람 몸에서 무릎 한 번이다
「10,000mm면 웬만한 비는 다 막겠네」로 읽히는데, 비가 누르는 압력은 그렇게 크지 않다. 큰 압력은 사람이 만든다.
| 상황 | 그 지점에 걸리는 압력 |
|---|---|
| 매트 위에 누운 91kg 성인 | 약 100mm |
| 앉기 | 약 2,000mm |
| 무릎 꿇기 | 약 7,000mm |
| 배낭 어깨끈·힙벨트가 눌리는 자리 | 10,000mm 이상 |
⚠️ 이 환산은 2차 출처다. 아웃도어 업체와 텐트 제조사의 기술 글에서 나온 값이고, 상황(신발·텐트 바닥·재킷)이 서로 섞여 있다. 같은 조건에서 계산한 값이 아니며 동료검토를 거친 공학 자료는 찾지 못했다.
그래도 방향은 분명하다. 방수가 깨지는 자리는 비가 세게 오는 날이 아니라 몸무게가 한 점에 실리는 자리다.
투습도는 시험법이 넷이고, 값의 방향이 서로 반대다
투습도에는 규격이 하나가 아니다.
| 시험 | 어떻게 재나 | 단위 |
|---|---|---|
| JIS L1099 A-1(염화칼슘법) | 흡습제를 담은 컵이 빨아들인 물의 무게 | g/㎡·h |
| JIS L1099 A-2(워터법) | 물을 담은 컵을 뒤집어 증발량 측정 | 같음 |
| JIS L1099 B-1 · B-2(초산칼륨법) | 포화 초산칼륨 용액을 넣고 무게 변화 측정 | 같음 |
| ISO 11092(발한 열판법) | 온열판 위에 원단을 놓고 수증기저항 Ret 측정 | ㎡·Pa/W |
g/㎡·24h는 원단 1제곱미터가 하루에 통과시킨 수증기의 무게다.
🔴 ISO 11092의 Ret는 낮을수록 좋다. 저항이라서 방향이 반대다. g/㎡·24h와 Ret를 나란히 놓고 큰 쪽을 고르면 거꾸로 고르게 된다.
「Ret 6 미만이면 매우 우수」라는 표는 출처가 흐리다
이 구간표가 인터넷에 널리 돌고 대개 호엔슈타인(Hohenstein) 연구소에 귀속된다. 그런데 호엔슈타인이 지금 배포하는 공식 factsheet를 직접 열어보니 숫자 구간이 없었다. 「매우 우수·우수·불만족」이라는 정성 등급만 있다. 숫자 구간표를 싣고 호엔슈타인을 근거로 다는 쪽은 위키피디아다.
없다는 말이 아니라, 1차 문서에서 확인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옛 자료에 있었을 수 있다.
같은 원단이 시험법에 따라 몇 배 달라지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할 때의 가설은 「같은 옷이 시험법에 따라 두세 배로 달라진다」였다. 그 숫자 쌍을 못 찾아서 쓰지 않는다.
「A-1법 2만, B-1법 5만」 식의 대조가 검색에 나오는데, 출처를 따라 들어가니 그렇게 적힌 페이지에 그 수치가 없었다. 근거를 못 찾은 숫자는 안 쓴다.
확인된 것은 순위가 어긋난다는 데까지다. 김현아·김승진(2017)이 원단 73종을 KS K 0594·ASTM·ISO 11092로 재서 비교했는데, 폴리에스터 직물에서 상관계수가 -0.833이었다(Ret는 방향이 반대라 음수가 정상이다). 코팅·라미네이팅 직물은 -0.71~-0.72로 더 낮다. 완전히 겹치지 않는다는 뜻이고, 시험법이 다르면 순위가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고어텍스는 자기 제품에 숫자를 안 적는다
고어텍스 공식 FAQ와 제품 기술 소개 페이지를 열어봤다. 내수압 수치도 Ret 수치도 없다. 「젖지 않게 해드립니다(GUARANTEED TO KEEP YOU DRY)」처럼 보증과 정성 표현만 쓴다.
돌아다니는 「고어텍스 28,000mm」는 고어 공식 출처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그 숫자가 나오는 곳은 두 갈래였다.
- 아크테릭스 같은 완제품 브랜드가 자사 재킷에 붙인 값 — 고어 소재를 쓰지만 고어가 발표한 값이 아니다
- 시험장비 업체 블로그 — 공식 인용 없이 「프리미엄은 보통 2만 이상」이라고만 적는다
⚠️ 고어 사이트를 전수로 뒤지지는 못했다. 소비자용 두 페이지에 없다는 것까지만 확인했다.
국내 여섯 벌 중 숫자를 적은 건 한 벌, 시험법을 적은 건 없었다
상세페이지를 직접 열어 읽었다.
| 제품 | 적힌 문구 | 시험법 |
|---|---|---|
| 코오롱스포츠 레인코트(자체 원단) | 「내수압 6K 및 투습도 3K 이상」 | 없음 |
| 코오롱스포츠 여성 고어텍스 재킷 | 「우수한 방수기능」·「우수한 투습성」 | 숫자 자체가 없음 |
| 아이더 3L 방수 자켓(자체 원단) | 「방수성과 투습성이 우수한」 | 숫자 자체가 없음 |
| K2 3L 자켓(자체 원단) | 소재·기능 설명이 없다 | — |
| 네파 3L 경량 방수 자켓(자체 원단) | 「전체 심실링 작업으로 완벽한 방수」 | 숫자 자체가 없음 |
| 블랙야크 고어텍스 재킷 | 「고어텍스 2L」·「투습, 방풍, 방수」 | 숫자 자체가 없음 |
여섯 중 숫자가 적힌 것은 하나고, 그 하나도 시험법이 없다. 시험법을 같이 적은 제품은 0건이다.
한 가지 눈에 띄는 게 있다. 같은 브랜드 안에서도 자체 원단 제품에는 숫자가 있고 고어텍스 제품에는 없다. 코오롱스포츠에서 그대로 갈렸다.
⚠️ 왜 그런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고어텍스 라이선스가 수치 표기를 막는다」는 설명이 그럴듯하지만, 고어의 브랜드 가이드라인 문서를 보고 확인한 것이 아니다. 여섯 건에서 관찰된 모양일 뿐이다.
⚠️ 여섯 건은 전수가 아니다. 블랙야크는 공식몰 상품 페이지를 직접 열지 못해 가격비교 사이트의 스펙표로 확인했다.
적을 의무가 없다
그러면 왜 안 적나. 적게 돼 있지 않아서다.
국가기술표준원 「가정용 섬유제품」 안전기준 원문을 읽었다. 재킷·코트가 들어가는 외의류의 표시 의무는 일곱 가지다.
내수압도 투습도도 없다. 그 기준이 인용하는 규격 목록에도 ISO 811·JIS L1099·ISO 11092는 하나도 없다. 그 목록에 있는 것은 취급표시기호·치수·아릴아민·포름알데히드·pH·충전재 같은 것들이다. 안전요건 표에 오른 항목도 전부 유해물질과 아동 끈 안전이고, 성능 항목은 없다.
전자상거래법상 상품정보제공고시도 같다. 아이더·네파 상품 페이지의 고시 항목은 모델명·원산지·제조연월·품질보증·AS·제조사이고 성능 수치 칸이 없다.
⚠️ 확인한 것은 「가정용 섬유제품」 기준 한 건이다. 아웃도어 의류만 따로 다루는 고시가 더 있는지는 전수로 확인하지 못했다. 이 범위 안에서는 의무가 없다.
발수는 방수와 다른 시험이고, 등급이 다섯 단계다
방수와 발수를 같은 말로 쓰는 경우가 많은데 재는 것이 다르다.
- 방수 — 물이 뚫고 들어오는가. 내수압으로 잰다
- 발수 — 물이 표면에 붙는가. 스프레이 시험으로 잰다(ISO 4920 / AATCC 22 / KS K 0590)
스프레이 시험은 기울인 원단에 증류수를 뿌리고 젖은 모양을 표준 사진과 눈으로 맞춰 등급을 매긴다. ISO는 0~5등급(5가 전혀 안 젖음), AATCC는 0~100점이다. 100점이 5등급이다.
🔑 발수가 죽으면 투습도 같이 떨어진다. 겉감이 물을 먹어버리면(wetting out) 멤브레인이 멀쩡해도 수증기가 나갈 길이 막힌다. 비가 새지 않는데 안이 축축한 상태가 이것이다. 내수압은 그대로인데 체감이 나빠지는 이유다.
그래서 무엇을 보고 고르나
숫자 비교는 대개 성립하지 않는다. 여섯 벌 중 다섯 벌에 숫자가 없고, 있는 한 벌도 시험법이 없다.
- 두 제품의 내수압 숫자를 비교하려면 시험법이 같아야 한다. 안 적혀 있으면 비교가 아니라 짐작이다
- 투습도는 단위부터 본다. g/㎡·24h는 클수록, Ret는 작을수록 좋다
- 내수압은 비가 아니라 몸무게 기준으로 본다. 앉고 무릎 꿇는 활동이면 2,000~7,000mm대가 걸리는 구간이다
- 관리로 지켜지는 쪽은 발수다. 내수압은 안 변하는데 발수는 닳는다
확인하지 못한 것
- ISO 811:2018 원문의 종료 조건 문구 — 유료 규격이라 2차 출처로만 대조했다
- 같은 원단을 여러 투습 시험법으로 잰 대조 수치 — 논문은 상관계수까지만 공개돼 있다
- 호엔슈타인 Ret 숫자 구간표의 1차 문서 — 현행 공식 factsheet에는 숫자가 없다
- 고어텍스 사이트 전수 — 소비자용 두 페이지만 봤다
- 자체 원단에는 숫자를 적고 고어텍스 제품에는 안 적는 이유 — 여섯 건에서 본 모양일 뿐이다
- 아웃도어 의류 전용 표시 고시의 존재 여부 — 「가정용 섬유제품」 한 건만 확인했다
- 코오롱스포츠 자체 원단의 정확한 수치 — 출처마다 값이 달라 어느 쪽도 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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