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파워 700은 187밀리미터다 — 오리 700과 거위 700이 같은 숫자인 이유
알쓸
지름 288mm 실린더에 털 30g 을 넣고 94.25g 추로 눌러 60초 뒤 높이를 읽는 것이 필파워다. 그래서 오리 700 과 거위 700 은 같은 숫자다 — 다른 건 그 숫자를 채우는 털의 양이다.
오리털 700과 거위털 700은 같은 숫자다. 같은 부피를 채운다는 뜻이고, 그게 전부다.
필파워는 무슨 새의 털인지를 재지 않는다. 30그램이 얼마나 부푸는지를 잰다. 그래서 「거위 700」이 「오리 700」보다 따뜻하다는 말은 단위를 잘못 읽은 것이다. 갈리는 자리는 다른 데 있다.
국제우모협회(IDFB) 시험 규정 원문과 국내 기준을 나란히 놓고, 숫자가 어디서 나오는지를 끝까지 따라가봤다.
필파워는 실린더 안의 높이다
IDFB 「Testing Regulations」 Part 10-B(2023년 6월판)가 정한 장비다.
| 항목 | 값 |
|---|---|
| 실린더 지름 | 288mm |
| 실린더 높이 | 최소 500mm |
| 시료 | 30g (±0.1g) |
| 추 판 지름 | 284mm (PMMA, 구멍 128개·지름 3mm) |
| 추 무게 | 94.25g |
| 비압력 | 0.149 g/cm² |
| 하강 속도 | 0.54 m/min |
| 측정 시점 | 하강 속도가 0.3 m/min 아래로 떨어진 뒤 60초 |
전처리도 분 단위로 박혀 있다. 시료 35g(±2g)을 40×40×40cm 상자에 넣고 스팀을 80초(각 면 2×10초), 5분(±2분) 기다린 뒤 헤어드라이어로 2분 이상 말린다. 그다음 항온항습실에서 48~72시간 둔다.
🔑 그리고 규정이 정한 결과 단위는 in³이 아니다.
밀리미터다. 부피는 거기서 환산해 적는 선택지다.
그 환산상수가 어디서 나오는지 계산해봤다
규정은 환산식을 이렇게 준다 — `in³ = 높이(mm) ÷ 0.252`. 숫자만 주고 근거는 안 적는데, 실린더 지름에서 그대로 나온다.
| 계산 | 값 |
|---|---|
| 단면적 = π × (288÷2)² | 65,144.1 mm² |
| 높이 1mm가 만드는 부피 | 65.144 cm³ |
| 1 in³ = 16.387 cm³ 로 나누면 | 3.975 in³ |
| 1 ÷ 3.975 | 0.2516 ← 규정의 0.252 |
규정의 다른 두 상수도 같은 자리에서 나온다. `cm³/g = mm × 2.20`은 65.144÷30 = 2.171이고, `cm³/30g = mm × 66`은 65.1이다.
상수 셋이 전부 288mm 실린더의 단면적 하나에서 나온다.
🔴 그런데 시장의 「필파워 700」은 분모가 다르다
IDFB가 적는 in³은 30g당이다. 시장에서 쓰는 필파워는 1온스(28.3495g)당이다.
30 ÷ 28.3495 = 1.058 — 같은 털인데 숫자가 5.8% 차이 난다. in³/30g 값을 그대로 「필파워」라고 부르면 더 좋아 보인다.
필파워 ↔ 밀리미터 환산표
| 필파워 (in³/oz) | in³/30g | 높이 |
|---|---|---|
| 550 | 582 | 147 mm/30g |
| 600 | 635 | 160 mm/30g |
| 650 | 688 | 173 mm/30g |
| 700 | 741 | 187 mm/30g |
| 800 | 847 | 213 mm/30g |
| 900 | 952 | 240 mm/30g |
🔑 한국 기준을 필파워로 바꾸면 450과 510이다
국내는 필파워가 아니라 충전성(mm/30g)으로 본다. 한국소비자원이 공개한 KS K 2620 기준값을 위 식으로 되돌리면 이렇다.
| 표시 | 국내 기준 | 필파워로 환산하면 |
|---|---|---|
| 솜털/깃털 80/20 | 120 mm/30g 이상 | 약 450 |
| 솜털/깃털 90/10 | 135 mm/30g 이상 | 약 510 |
🔑 「필파워 600~700이면 한국에선 충분」이라는 말은, 법정 최소치의 1.3~1.6배를 말하는 셈이다.
그리고 9:1을 적으면 기준이 450에서 510으로 올라간다. 솜털을 많이 넣었다고 적을수록 더 높은 잣대를 스스로 진다.
그래서 오리 700과 거위 700은 뭐가 다른가
부피로는 같다. 700은 700이다.
다른 것은 그 700에 닿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다. 필파워는 솜털 송이(down cluster)가 얼마나 크고 잘 부푸는지로 정해지는데, IDFB 정의로 솜털은 「중심점에서 뻗어나온 여러 가벼운 필라멘트로 된 3차원 구조」다. 송이가 클수록 같은 무게로 더 큰 부피를 만든다. 거위 솜털이 오리보다 송이가 큰 편이라 높은 필파워가 상대적으로 흔하고, 오리에서 같은 값을 내려면 더 좋은 원료가 필요하다.
그래서 「오리 700」은 「거위 700」보다 귀하다. 성능이 아니라 희소성 이야기다.
🔴 「솜털 700」은 성립하지 않는 말이다. 필파워는 솜털만 따로 재지 않는다. 규정이 재는 것은 「down and feather fillings」, 곧 솜털과 깃털이 섞인 충전재 전체다. 국내 기준이 80/20이냐 90/10이냐에 따라 다른 것도 그래서다. 깃털이 섞일수록 같은 무게의 부피가 준다.
거위인지 오리인지는 현미경으로 가른다
IDFB Part 12가 정하는 방법은 깃가지의 마디(node)를 보는 것이다.
| 구분 | 마디 |
|---|---|
| 거위 | 작고 드물다. 대개 깃가지 중간쯤부터 시작하고, 마디 사이 간격이 오리의 2배 이상 |
| 오리 | 1~6개(보통 3개)가 끝쪽에 몰린다. 마디가 상대적으로 크고 간격이 아주 짧다 |
| 육조류(닭 등) | 고른 마디가 이어져 대나무처럼 보이고, 깃가지 거의 전체에 걸친다 |
🔴 이 시험은 속(Genus)까지만 가른다. 규정이 「determines the Genus of the plumage (not the species)」라고 적는다. 「헝가리 거위」인지 「중국 거위」인지는 이 시험으로 안 나온다.
실제로 털이 얼마나 들어있나 — 보온은 부피의 총량이다
필파워는 1온스당 부피다. 옷 한 벌이 만드는 공기층은 거기에 충전량을 곱한 값이다.
| 필파워 | 충전량 | 총 부피 |
|---|---|---|
| 800 | 175g | 4,938 in³ |
| 700 | 200g | 4,938 in³ |
| 650 | 215g | 4,930 in³ |
| 600 | 233g | 4,931 in³ |
| 550 | 255g | 4,947 in³ |
🔑 700에 200g과 600에 233g은 사실상 같은 부피다. 필파워가 높으면 같은 부피를 더 가볍게 만드는 것이지, 그 자체로 더 따뜻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필파워만 적히고 충전량이 없는 표시는 절반만 말하는 것이다. 국내 고시는 충전량을 우모의 총 무게(g)로 표시할 수 있고 허용오차는 ±5%라고 정한다 — 의무가 아니라 선택이다.
확인한 것과 못 한 것
확인한 것. 장비 제원·전처리 절차·결과 단위·환산식은 IDFB 「Testing Regulations」(2023년 6월판) Part 10-B와 Part 12 원문에서 옮겼다. 환산상수 0.252·2.20·66은 288mm 실린더 단면적으로 내가 다시 계산해 맞는 것을 확인했다. 국내 기준값 120mm·135mm는 한국소비자원 보도자료(2025년 12월 9일, 공공누리 제0유형)가 공개한 KS K 2620 기준이다. 필파워 환산과 총 부피 계산은 내가 했다. 조회일은 2026년 9월 22일이다.
못 한 것. 🔴 KS K 2620의 시험 장비를 못 봤다. 유료 표준이라 원문을 안 열었다. 국내 충전성도 IDFB와 같은 mm/30g을 쓰지만, 실린더 지름과 추 무게가 같은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그 둘이 다르면 위의 「필파워 450·510」 환산은 성립하지 않는다. 같은 단위라는 것까지만 확인된 상태로 적는다.
🔴 거위가 실제로 더 높은 필파워를 내는지 국내 자료로 확인하지 못했다. 소비자원 시험은 충전성을 적합/부적합으로만 공개하고 mm 값을 안 준다. 위의 「거위 송이가 더 크다」는 IDFB의 정의와 업계 통설에 기댄 설명이고, 측정값으로 뒷받침한 것이 아니다.
충전량이 실제로 얼마나 들어가는지도 제품별로 세어보지 못했다. 표시가 의무가 아니라 비교할 모수를 만들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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