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 4개 다 빼야 하나 — 하나만 뺐고 7년째 그대로 있다
알쓸
매복 사랑니 하나만 빼고 7년째 그대로 뒀다. 코크란은 판단할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했고 영국과 미국 학회는 정반대로 말한다. 국내 831명 연구에서 증상이 생긴 뒤에 뺀 비율이 20대 69.4%, 40대 이상 92.3%였다. 덧니 탓이라는 말은 미국 두 학회 백서에 총생이라는 낱말조차 없다.
7년 전에 매복 사랑니를 뺐다. 오른쪽 아래 하나다.
그때 진료실 화면을 폰으로 찍어둔 게 남아 있다.

빨간 선은 내가 그은 게 아니라 그때 화면에 있던 거다. 보면 알겠지만 표시된 게 하나가 아니다. 그런데 실제로 뺀 건 하나였다.
잎사귀치과병원에서 뺐고, 당시엔 그냥 빼야 한대요 하고 뺐다. 그리고 지금 나머지 한쪽을 뺄지 말지 고민 중이다. 그래서 이번엔 좀 찾아봤는데, 이게 생각보다 논쟁이 큰 주제였다.
미리 말해두면 나는 의료인이 아니다. 이 글은 내 사진 한 장 놓고 찾아본 걸 적은 거지 진단이 아니다.
파노라마에서 누운 사랑니는 어떻게 보이나
아래쪽 제일 안쪽 이빨이 서 있지 않고 누워 있다. 씹는 면이 위가 아니라 앞을 보고 있다. 바로 앞 어금니 뒤통수 쪽을 향해 누운 모양이다.
다른 이빨들과 비교하면 확실하다. 나머지는 뿌리가 아래로 곧게 뻗어 있는데 이것만 뿌리가 뒤로 누워 있다.
위쪽 사랑니도 똑바로 안 서 있다. 자리가 좁아서 비스듬히 밀려 올라간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잇몸 밖으로 나온 부분이 거의 없다. 거울로 봐서는 있는지도 몰랐을 거다. 매복인지 아닌지는 눈으로 못 보고 사진을 찍어야 안다는 게 이래서다. 밖으로 조금 나와 있어도 그 아래가 뼈에 묻혀 있는 경우가 있다.
누워 있으면 왜 빼자고 하나
사랑니가 아까워서가 아니라 앞 어금니 때문이다. 누운 사랑니는 앞 어금니 뒷면을 밀고 있는데 그 접촉면에는 칫솔이 안 들어간다. 사랑니는 없어도 되는 이빨이지만 앞 어금니는 평생 써야 한다.
이건 근거가 꽤 구체적으로 나와 있는 축에 속한다. 영국 왕립외과학회 지침을 보면, 30도에서 90도 사이로 근심 경사지거나 수평으로 누운 부분맹출 사랑니가 인접한 아래 두 번째 어금니 원심면 우식 위험을 유의하게 높인다고 되어 있다. 각도까지 숫자로 박혀 있다.
여기서 하나 짚어둘 게 있는데, 근거의 세기가 각도마다 다르다. 근심경사 쪽은 여러 연구에서 일관되게 나오는데 수평 쪽은 결과가 좀 흔들린다. 한 연구에서는 위험도가 올라가긴 했지만 신뢰구간이 1을 포함해서 우연이 아니라고 잘라 말하기 어려웠다.
그러니까 눕기만 하면 다 같은 게 아니라 어떻게 누웠는지가 갈린다는 뜻이다.
매복에도 종류가 있나
각도로도 나누고 깊이로도 나눈다. 서울대학교병원 사랑니 발치 항목을 보면 각도로는 원심경사·수평·수직 매복으로, 매복된 정도로는 단순·복잡·완전 매복으로 나눈다. 단순은 잇몸으로만 덮인 것, 복잡은 뼈에 일부 덮인 것, 완전은 뼈에 완전히 파묻힌 것이다.
학술적으로는 1926년 윈터의 각도 분류와 1933년 펠 앤 그레고리의 깊이 분류를 쓴다.
근데 이 분류가 다 말해주는 건 아니다. CBCT로 뿌리 끝이 신경관에 얼마나 가까운지 본 연구가 있는데, 펠 앤 그레고리의 깊이 분류는 그 근접도와 유의한 관계가 없었다. 윈터의 각도 분류는 관계가 있었다.
둘 다 원래 치아 머리가 어디 있는지를 기술하는 체계지 뿌리 끝 위치를 지시하려고 만든 게 아니다. 그러니까 매복이래요라는 한마디는 생각보다 정보량이 적다. 나도 7년 동안 그냥 매복이었다고만 알고 있었다.
사랑니는 다 빼야 하나
증상도 없고 병변도 없는 매복 사랑니라면 답이 갈린다. 그것도 꽤 크게 갈린다. 이걸 본 코크란 체계적 문헌고찰이 있는데 2020년판이 최신이고, 결론이 빼야 할지 남겨야 할지 판단할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것이었다.
빼지 말라고 한 게 아니다. 판단이 안 선다고 한 거다.
얼마나 근거가 없냐면, 코크란이 1차로 보려던 항목이 삶의 질이었는데 그 조건을 만족하는 연구가 한 편도 없었다. 나머지 항목도 근거 수준이 낮음에서 매우 낮음뿐이었다. 들어간 연구가 두 편이다.
그나마 방향이 있는 신호 하나가 나왔는데, 그게 오히려 남겨두는 쪽이 불리하다는 쪽이었다. 남겨두면 옆 어금니 치주염 위험이 올라갈 수 있다는 것. 다만 확실성은 매우 낮음이다.
왜 기관마다 말이 다른가
영국 NICE는 2000년에 병변 없는 매복 사랑니를 관행적으로 미리 빼는 건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이 지침은 폐기되지 않았고 지금도 유효하다.
미국 구강악안면외과학회는 정반대다. 모든 매복 사랑니는 잠재적으로 병적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같은 자료를 보고 왜 이렇게 갈리나 했는데, 찾아보니 사실을 다르게 읽는 게 아니었다. 말의 정의가 다른 거였다.
미국 쪽은 매복 자체를 정상이 아닌 상태로 본다. 그러니까 그걸 빼는 건 애초에 예방적 발치가 아니라 이상을 치료하는 거다. 예방이 아니라고 부르면 예방적 발치를 하지 말라는 권고에 걸리지 않는다.
증상이 없다는 것과 질환이 없다는 것도 같은 말이 아니라고 본다. 아프지 않아도 이미 문제가 진행 중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왕립외과학회는 2020년에 그 중간쯤에 지침을 냈다. 위험도를 나눠서 낮으면 지켜보고 높으면 빼는 쪽이다. 개정 이유를 스스로 밝혔는데, 남겨둬서 생기는 환자 피해가 늘고 있다는 판단이었다.
국내는 어떤가 싶어서 봤는데 학회 차원의 공식 지침은 못 찾았다. 다만 서울대학교병원 매복치 항목은 매복치를 그대로 두면 염증이나 낭종을 일으키므로 빨리 제거하는 것이 좋다고 쓴다. 영국보다는 미국 쪽에 가까운 서술이다.
한 줄로 놓으면 이렇게 갈린다.
| 어디 | 무증상·병변 없는 매복 사랑니를 어떻게 보나 |
|---|---|
| 코크란 체계적 문헌고찰 (2020) | 빼야 할지 남겨야 할지 판단할 근거가 불충분하다 |
| 영국 NICE (2000) | 병변이 없으면 관행적인 예방적 발치를 중단해야 한다 |
| 미국 구강악안면외과학회 | 모든 매복 사랑니는 잠재적으로 병적이다 |
| 영국 왕립외과학회 (2020) | 위험도를 나눠 낮으면 지켜보고 높으면 뺀다 |
| 서울대학교병원 매복치 항목 | 두면 염증이나 낭종을 일으키므로 빨리 제거하는 것이 좋다 |
그럼 안 빼도 되나
근거가 부족하다는 말은 안 빼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근거가 없다는 건 해롭지 않다는 증거가 아니다. 오히려 코크란이 찾아낸 유일한 신호는 남겨두는 쪽이 불리하다는 쪽이었다.
그리고 증상이 없어도 빼야 하는 경우가 분명히 있다.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 면역억제 치료가 예정돼 있을 때. 턱뼈 골절이나 턱교정 수술 범위 안에 사랑니가 들어갈 때. 낭종이나 종양이 있을 때. 앞서 말한 위험한 각도로 누워 있을 때.
나이 이야기도 양쪽이 같이 한다. 젊을 때가 회복이 빠르고 합병증이 적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국내 831명을 본 연구에서, 증상이 생긴 뒤에 뺀 비율이 20대는 69.4%인데 40대 이상은 92.3%였다. 뒤집어 말하면 20대는 셋에 하나쯤 아프기 전에 뺐고 40대 이상은 열에 하나도 안 됐다는 뜻이다. 합병증 비율도 나이가 올라가면 같이 올라갔다.
그리고 이 논쟁이 앞으로 깔끔하게 정리될 가능성도 낮다. 코크란이 직접 그렇게 적었다. 이런 걸 제대로 볼 무작위 시험은 현실적으로 하기 어렵다고. 더 좋은 근거를 기다리자는 답은 사실상 성립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랑니가 앞니를 밀어서 덧니가 된다던데
사랑니가 앞니를 밀어서 덧니를 만든다는 기계적 인과는 찾아본 문헌 어디에도 근거가 없었다. 이 글에서 제일 놀란 부분이다.
1991년에 실제로 힘을 재본 연구가 있다. 매복 사랑니가 앞쪽으로 미는 힘이 검출되지 않았고, 사랑니를 빼도 앞니들 사이 접촉 압력이 유의하게 줄지 않았다. 재미있는 건 같은 연구에서 몸을 눕히는 자세 변화가 접촉 압력을 최대 32%나 바꿨다는 거다. 사랑니보다 자세가 더 큰 영향을 준 셈이다.
그럼 미리 빼면 덧니를 막을 수 있나. 이걸 본 무작위 시험이 1998년에 있었는데 뺀 쪽과 남긴 쪽에 차이가 없었다. 영국 NICE가 병변 없는 매복 사랑니를 미리 빼지 말라고 하면서 든 발치 사유 목록에 덧니는 아예 없다. 미국 구강악안면외과학회와 교정학회가 2016년에 같이 낸 백서에는 총생이라는 단어 자체가 한 번도 안 나온다.
교정 후 다시 틀어지는 것도 사랑니 탓이 아니었다. 유지장치를 뗀 뒤 10년쯤 지나면 3분의 2, 20년이면 90%가 아랫니 배열에 만족하지 못했는데, 사랑니가 매복이든 정상이든 아예 없든 미리 뺐든 차이가 없었다.
다만 여기서 한 칸 더 가면 안 된다. 아무 관계도 없다고 단정하는 것도 틀린다. 관찰 연구를 모은 메타분석 두 편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연관을 찾았다. 크기가 1밀리미터도 안 되고 편향이 크다는 단서가 붙지만 연관 자체를 없다고는 못 한다. 연관을 찾은 2024년 메타분석 저자들조차 덧니 예방만을 목적으로 한 발치는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결론에 직접 썼다.
실제 원인으로는 다른 게 거론된다. 어른이 된 뒤에도 아래턱이 계속 자라는데 위턱이 덜 자라면 어긋난다는 것. 이 경우 총생이 생길 오즈비가 4.8~4.9로 나왔다.
그럼 교정 전에 사랑니를 빼라는 건 왜인가
빼는 게 유리한 상황이 따로 있다. 덧니 예방이 아니었다.
사랑니가 앞 어금니가 나오는 걸 막고 있을 때, 턱 수술이 예정돼 있고 뼈를 자르는 선에 사랑니가 걸릴 때, 교정 계획상 어금니 뒤로 공간이 필요하거나 쓰러진 어금니를 세워야 할 때. 이런 건 학회 문서에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
반대로 증상도 병변도 없으면 지켜보는 게 원칙이라는 것도 같은 문서들에 있다.
재미있는 건 현장이 문헌과 어긋난다는 점이다. 2024년 설문에서 교정과 의사들이 무증상 사랑니를 미리 빼는 이유로 제일 많이 든 게 여전히 나중에 앞니가 다시 틀어질 위험이었다. 위에서 본 대로 그 근거는 약하다.
그리고 반대 방향 오해도 하나 있다. 작은어금니를 빼는 교정을 하면 사랑니도 당연히 빼야 한다는 말인데, 2025년 메타분석은 오히려 그런 교정을 한 쪽에서 아래 사랑니 각도가 유의하게 좋아졌다고 보고했다.
그래서 하나만 뺀 건 괜찮은 건가
찾아본 범위에서는 어느 쪽 지침에도 어긋나지 않는다. 세 기관 다 사랑니를 네 개 한 벌로 보지 않고 이빨 하나하나를 따로 판단하라고 한다. 누워서 앞 어금니를 밀고 있는 것과, 자리 잡고 얌전히 있는 것은 같은 결정을 받을 이유가 없다.
다만 한 가지 단서는 붙는다. 전신마취를 해야 하는 경우라면 한 번 마취할 때 같이 하는 게 낫다고 보는 쪽도 있다. 마취를 두 번 하는 것보다 낫다는 이야기다.
내 경우는 그때 뺀 게 워낙 누워 있어서 깨부숴서 조각으로 꺼내야 했다. 그거 하나 빼고 일주일 가까이 부어 있었으니까 양쪽을 한 번에 하는 건 애초에 생각도 안 났다.
나머지 한쪽은 어떻게 할 건가
7년째 그대로 있고 그동안 아픈 적은 없었다. 이 글을 쓰면서 알게 된 게, 내 상황이 딱 그 논쟁 한가운데라는 거다. 증상 없고 병변 없는 매복 사랑니. 코크란이 판단할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한 바로 그 경우다. 영국 지침대로면 지켜보는 쪽이고 미국 지침대로면 빼는 쪽이다.
그래서 답이 안 나온다. 다만 찾아보면서 마음이 좀 기운 부분은 있다. 나이가 올라갈수록 회복이 느려지고 합병증이 늘어난다는 데는 양쪽 다 동의한다는 것. 그리고 남겨뒀을 때 옆 어금니가 상할 수 있다는 것.
그렇다고 지금 당장 빼겠다는 건 아니고, 적어도 한 번 찍어보고 지금 어떤 상태인지는 들어야겠다 싶었다. 7년 전 사진으로 판단할 일은 아니니까.
그래서
7년 전엔 이런 걸 하나도 모르고 뺐다.
지금 정리해보면 순서는 이렇다. 사진 한 장 찍고, 매복인지 듣고, 어떤 각도로 누웠는지 듣고, 그다음에 이걸 뺄지 말지가 정해진다. 사랑니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안 정해진다.
그리고 세계에서 제일 권위 있다는 기관들이 서로 반대로 말하는 주제라는 것도 알아두면 좋다. 그러니까 인터넷에서 무조건 빼야 한다거나 절대 빼지 말라는 글을 보면, 그건 한쪽만 옮긴 거다.
어디서 뺄지는 따로 적었다. 그게 지금 내가 고민하는 부분이기도 하고.
실제로 동네 치과 여섯 곳을 놓고 확인해본 것도 적어뒀다.
댓글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