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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난청

보청기 종류와 형태 — 작을수록 좋은 게 아니다

알쓸

BTE·RIC·ITE·CIC — 보청기 형태는 얼마나 안 보이느냐와 얼마나 잘 들리느냐를 맞바꾸는 문제다. 작아지면 출력·마이크 간격·배터리를 같이 잃는다. 보청기 배터리는 10·312·13·675 네 크기고, 기기가 작을수록 작은 걸 쓰고 그만큼 자주 간다.

보청기를 알아보면 제일 먼저 묻게 되는 게 "얼마나 안 보이냐"다.

우리도 처음엔 그랬다. 근데 작아지는 만큼 잃는 게 정해져 있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그걸 알고 고르는 것과 모르고 고르는 것은 결과가 다르다.

형태는 크게 둘로 나뉜다. 본체가 귀 뒤에 있느냐, 귀 안에 있느냐.

귀걸이형 보청기와 오픈형은 뭐가 다른가

둘 다 본체가 귀 뒤에 있는데, 소리를 관으로 보내느냐 스피커를 귓속에 넣느냐가 다르다. 영어로는 BTE 와 RIC 라고 부른다.

귀에 거는 것 (BTE)

본체가 귀 뒤에 올라가고, 투명한 관으로 소리를 귓속까지 보낸다. 제일 오래된 방식이고 지금도 기본이다.

  • 본체가 크니까 소리를 세게 낼 수 있다. 많이 안 들리면 사실상 이것밖에 없다
  • 배터리가 커서 오래 간다
  • 손으로 잡기 쉽고 끼우기 쉽다
  • 귓속을 덜 막아서 습기와 귀지에 강하다

단점은 눈에 보인다는 것, 그리고 안경이나 마스크와 자리를 다툰다는 것이다.

아이는 거의 다 여기서 시작한다. 우리도 6년을 이걸로 썼다. 미국 국립난청·의사소통장애연구소(NIDCD)는 귓속형이 귀가 자라는 동안 껍데기를 자주 새로 만들어야 해서 어린아이는 잘 쓰지 않는다고 적어놨다.

본체는 귀 뒤, 스피커만 귓속에 (RIC, 오픈형)

요즘 제일 많이 나가는 방식이다. 본체는 귀 뒤에 얇게 붙고, 스피커만 따로 떼어 귓속에 넣는다.

  • 본체가 작아서 잘 안 보인다
  • 스피커가 고막 가까이 있어서 소리가 자연스럽다
  • 귓속을 꽉 막지 않는다

귓속을 막지 않는 게 생각보다 중요하다. 귀를 완전히 막으면 자기 목소리가 통 안에서 울리는 것처럼 들린다. 청능재활 학회지에 실린 폐쇄효과 사례 보고는 이걸 증폭된 본인이나 타인의 목소리가 울려서 들리거나 답답한 것이라고 정의한다. 밥 씹는 소리, 발소리도 머릿속에서 크게 울린다. 이걸 못 견뎌서 보청기를 서랍에 넣는 사람이 많다.

대신 스피커가 귓속에 있으니 귀지와 습기를 직접 맞는다. 고장이 여기서 제일 자주 난다.

귓속형·고막형 보청기는 어떤가

귀 안으로 통째로 들어가는 것들이다. 크기 순으로 ITE, ITC, CIC, IIC 라고 부른다.

밖에서 안으로 들어갈수록 작아지고 덜 보인다. 서울대병원 의학정보는 이 순서를 이갑개형, 외이도형, 고막형으로 부른다.

  • 귀 바깥 오목한 데까지 채우는 것
  • 귓구멍 입구에 들어가는 것
  • 더 깊이 들어가서 거의 안 보이는 것
  • 밖에서 봐서는 모르는 것

작아지면 같이 잃는 것

여기가 핵심이다. 크기를 줄이면 다섯 가지가 같이 줄어든다.

소리 크기. 몸통이 작으면 큰 소리를 못 낸다. 많이 안 들리면 애초에 못 쓴다. NIDCD 보청기 안내도 외이도에 넣는 형태는 크기가 작아 출력과 음량이 제한되므로 고도·심도 난청에는 권하지 않는다고 적고 있다.

배터리. 작은 배터리라 자주 갈아야 한다. 보청기용은 크기가 정해져 있는데(10, 312, 13, 675) 기기가 작을수록 작은 걸 쓰고 그만큼 자주 간다. 충전식을 못 넣는 경우도 있다.

마이크 간격. 이게 잘 안 알려져 있다. 소리가 어느 쪽에서 오는지 알려면 마이크 두 개가 떨어져 있어야 한다. 기기가 작으면 그 간격이 안 나온다. 그러면 시끄러운 식당에서 앞사람 목소리만 골라내는 능력이 떨어진다.

다루기. 손톱만 한 걸 매일 끼우고 빼고 배터리를 간다. 손이 예전 같지 않으면 이게 일이다.

바람 통하기. 귓속을 꽉 막으니 앞서 말한 울림이 크고 습기도 찬다.

"안 보이는 것"과 "잘 들리는 것"은 대체로 반대 방향이다. 그 사이 어디에 설지가 형태 고르기다.

골전도 보청기는 언제 쓰나

뼈로 소리를 보내는 방식이다. 두개골을 울려서 속귀에 바로 넣는다.

앞에서 본 것들이 전부 귓구멍으로 소리를 넣는 방식인데, 이건 그 길 자체를 돌아간다. 그래서 귀 앞쪽이 막혀 있는 경우에 쓴다. 귓구멍이 아예 없거나 좁게 태어난 경우, 중이 수술을 여러 번 해서 귀에 뭘 못 넣는 경우 같은 것들이다.

한쪽만 아예 안 들릴 때도 쓴다. 안 들리는 쪽에서 받은 소리를 뼈로 보내서 반대쪽 속귀가 듣게 하는 방식이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지의 일측성 난청 골전도 보청기 고찰에도 환측의 골전도 보청기가 건측의 정상 달팽이관을 자극한다고 되어 있다. 안 들리던 쪽이 들리게 되는 건 아니고, 그쪽에서 나는 소리를 놓치지 않게 되는 것에 가깝다.

머리띠처럼 차는 것부터 뼈에 심는 수술까지 방식이 나뉘는데, 이건 이비인후과에서 정할 일이다.

충전식과 배터리형은 뭐가 다른가

요즘은 충전식이 많다. 밤에 거치대에 올리면 끝이라 편하다. 배터리를 매주 갈 일이 없고 배터리값도 안 든다.

대신 걸리는 게 있다. 내장 배터리가 수명을 다하면 본체를 손봐야 하고, 여행 가서 충전을 못 하면 방법이 없다. 그리고 충전식은 제습을 따로 챙겨야 하는 경우가 많다.

배터리형은 반대다. 다 쓰면 갈아 끼우면 그만이라 어디서든 대응이 되는데, 배터리 넣는 문이 있어서 그쪽으로 땀이나 습기가 들어간다.

요즘은 급여 목록에 충전식만 있는 조합도 있어서, 고르고 말고 할 것 없이 정해지는 경우도 있다.

배터리형을 쓴다면 알아둘 게 하나 있다. 배터리는 센터 말고 딴 데서 사는 게 훨씬 싸다. 코스트코나 인터넷이 센터보다 많이 저렴하다. 보청기는 센터에서 사야 하지만 배터리는 소모품이라 편한 데서 사면 된다. 이걸 몰라서 한동안 센터에서만 사는 경우가 많다.

크기도 몇 가지로 나뉜다. 흔히 숫자로 부르는데 10, 312, 13, 675 이런 식이다. 숫자가 클수록 배터리도 크고 오래 간다. 작은 보청기일수록 작은 배터리를 쓰니까 자주 갈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것도 작아지면서 같이 잃는 것 중 하나다. 어느 크기를 쓰는지는 처음 맞출 때 물어두면 나중에 사러 다닐 때 편하다.

보청기 형태는 어떤 순서로 고르나

안 보이는 것부터 고르면 대체로 실패한다. 순서가 있다.

1. 얼마나 안 들리는가 — 많이 안 들리면 선택지가 먼저 줄어든다
2. 어디서 주로 듣는가 — 시끄러운 데서 대화가 많으면 마이크 간격이 중요해진다. 작은 걸 고르면 그 기능을 포기하는 것이다
3. 손이 어느 정도 되는가 — 매일 다뤄야 한다
4. 그다음에 겉모습

그리고 하나 더. 어느 정도 안 들릴 때 어떤 형태까지 쓸 수 있는지는 제품마다 다르다. 여기 적은 건 대체로 그렇다는 얘기지 내 청력에 뭐가 맞는지는 상담해서 정할 일이다.

실제로는 고를 것도 없이 정해지는 경우가 있다. 우리는 오픈형으로 바꿀 때 급여 목록에 배터리형이 아예 없었다. 충전식만 있었다. 형태를 고민한 게 아니라 그냥 그렇게 됐다.

귀걸이형에서 오픈형으로 바꾸면서 실제로 뭐가 달라졌는지는 따로 적어뒀다.

건강 · 난청귀걸이형에서 오픈형 보청기로 바꿔보니

결국 형태를 고르는 건 얼마나 안 보이느냐와 얼마나 잘 들리느냐를 맞바꾸는 일이다. 작아지면 소리 크기도, 배터리도, 마이크 간격도, 다루기도, 바람 통하는 것도 같이 줄어든다.

뭘 포기할 수 있는지는 청력과 생활에 달렸다. 이 순서를 거꾸로 잡으면 결국 서랍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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