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보청기 고르는 법 — 어른 것과 규칙이 다르다
알쓸
아이 보청기는 어른 걸 작게 만든 게 아니다. 귀꽂이는 자라는 만큼 갈아서 5년에 일곱에서 여덟 번, 하나에 5~6만 원이니 40만 원 가까이 된다. 보청기값에 안 들어가 있는 돈이다.
아이 보청기는 어른 걸 작게 만든 게 아니다. 규칙이 아예 다르다.
이유는 하나다. 아이한테 듣는 건 곧 말을 배우는 일이라서. 어른은 이미 아는 말을 다시 듣는 거지만 아이는 들리는 소리로 말을 처음 만든다.
아이 보청기는 왜 귀걸이형인가
아이는 거의 다 귀 뒤에 거는 걸로 시작한다.
제일 큰 이유는 귀가 계속 자란다는 거다. 귓속에 넣는 방식은 귀 모양이 바뀌면 통째로 다시 만들어야 하는데, 귀에 거는 건 본체는 두고 귀에 닿는 부분만 새로 뜨면 된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의 유소아 난청 항목에도 어린 아동은 귓구멍과 외이도가 빨리 자라기 때문에 귓구멍에 맞춰 끼는 형태보다 귀걸이형을 권하는 경우가 많다고 되어 있다.
나머지도 있다. 소리를 세게 낼 수 있어서 청력이 변해도 대응이 되고, 작은 부품이 없어서 삼킬 위험이 적고, 배터리 넣는 곳을 잠글 수 있다. 그리고 튼튼하다. 아이가 어떻게 다룰지는 정해져 있으니까.
배터리함이 잠긴다는 게 별것 아닌 것 같은데 실제로는 크다. 보청기 배터리는 단추처럼 생겨서 아기가 입에 넣기 딱 좋은 크기다. 삼키면 응급이다. 한국소비자원과 국가기술표준원이 낸 단추형 전지 삼킴 사고 안전주의보는 삼키면 식도나 위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며, 삼킨 아이는 소아내시경이 되는 병원 응급실로 바로 가라고 한다. 그래서 아이용 모델은 손톱으로 못 열게 잠금이 걸려 있고, 어른용을 아이한테 그냥 물려주면 안 되는 이유 중 하나가 이거다.
귀꽂이(이어몰드)는 얼마나 자주 바꾸나
아이가 자라는 만큼 계속 바꾼다. 귀에 닿는 부분을 귀꽂이나 몰드라고 하는데 아이 귀 모양을 본떠 만들기 때문에, 자라면 헐거워진다.
헐거워지면 소리가 새고, 새면 삐 하는 소리가 난다. 하울링이다. 그럼 다시 뜨러 간다.
처음엔 이게 얼마나 자주 있는 일인지 몰랐다. 일정에 아예 넣어둬야 하는 일이다.
뺄 때 어디를 잡느냐가 수명을 정한다
이걸 진작 알았으면 좋았다.
몰드를 잡고 빼면 오래 간다. 근데 보청기 본체를 잡고 귀에서 빼면 몰드랑 본체를 잇는 고무관이 몰드에서 쑥 빠진다. 아이는 당연히 잡기 편한 쪽을 잡는다.
빠지면 다시 끼우면 될 것 같은데 그게 잘 안 된다. 본드로 붙이게 되는데 여기서부터 골치다.
살살 붙이면 고무관이 찢어진다. 찢어지면 소리가 새고 또 하울링이 온다.
그렇다고 세게 붙이면 나중에 고무관이랑 몰드가 안 떨어진다. 그럼 몰드를 다시 못 쓴다. 멀쩡한 몰드를 통째로 버리게 된다.
그래서 결론은 하나다. 뺄 때 몰드를 잡아야 한다. 아이한테 이걸 계속 알려줘야 하는데, 말로만 해서는 잘 안 된다. 뺄 때마다 옆에서 손을 잡아 몰드 쪽으로 옮겨주는 게 빠르다.
5년에 일고여덟 번
몰드 하나에 5~6만 원쯤 한다.
5년 동안 몰드만 최소 일곱에서 여덟 번은 맞춘 것 같다. 계산해보면 40만 원 가까이 된다. 보청기값에는 안 들어가 있는 돈이다.
보청기 예산 짤 때 이걸 빼먹으면 나중에 어긋난다. 매년 몇 번은 간다고 잡아두는 게 맞다.
언제 바꾸나
센터에서 알려준 기준이 하나 있는데 이게 제일 쓸 만했다.
신발 사이즈가 변할 때다. 발이 크면 귓구멍도 같이 커지니까, 신발을 새로 살 때쯤 몰드도 볼 때가 됐다는 뜻이다.
삐 소리가 나기 시작하면 이미 새고 있는 거니까 그때 가는 것보다 낫다.
실리콘이냐 하드냐
몰드도 종류가 있다. 완전 실리콘으로 된 게 있고 좀 딱딱한 하드 몰드가 있다.
이건 취향 차이인 것 같다. 아이가 어느 쪽을 덜 불편해하는지 보고 정하면 된다.
색은 고를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자기 거라고 여기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숨기는 물건이 아니라 자기 물건이 되면 빼놓고 다니는 일이 준다.
아이는 왜 양쪽 다 해야 하나
한쪽만 안 들려도 두 가지가 안 된다.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모르고, 시끄러운 데서 목소리를 골라내지 못한다.
어른은 그럭저럭 적응한다. 근데 아이는 그 상태로 말을 배우게 된다.
그래서 양쪽이 해당되면 양쪽을 맞추는 걸 기본으로 본다.
지원 제도도 여기에 맞춰져 있다. 어른은 원칙적으로 한쪽인데 아이는 양쪽이 되는 경우가 있다. 다만 나이만 맞으면 되는 게 아니라 청력 조건이 몇 개 붙는다. 건강보험공단 보청기 지급기준에는 양측 급여가 19세 미만이면서 양측 80dB 미만, 어음명료도 50% 이상 등 다섯 가지를 모두 채운 경우로 되어 있다. 이건 따로 정리해뒀다.
건강 · 난청보청기 지원금 받는 법 — 순서를 틀리면 못 받는다아이 보청기는 언제부터 시작해야 하나
빠를수록 좋고, 널리 쓰는 기준은 한 달 안에 선별검사, 세 달 안에 확진, 여섯 달 안에 조치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도 1개월 이내 신생아 청각선별검사, 재검이면 3개월 안에 정밀청각검사, 확진되면 6개월부터 청각 재활이라고 적고 있다. 어떤 걸 고르냐보다 언제 시작하냐가 크다.
소리를 처리하는 뇌 회로는 실제로 소리를 받으면서 만들어진다. 그 시기가 정해져 있어서, 안 들린 기간이 길수록 나중에 따라잡을 게 늘어난다.
일정이 밀리고 있으면 재촉해도 된다. 기다리는 게 나은 상황이 아니다.
보청기 낀 아이를 어떻게 볼 것인가
안경 쓴 것과 다를 게 없다고 본다. 눈이 나빠서 안경을 쓰고 귀가 안 좋아서 보청기를 낀다. 그게 다다.
이런 걸 계속 찾아보게 된 건 필요해서였다. 아무도 순서를 안 알려주니까. 그러다 든 생각이다.
눈이 나빠서 안경을 쓴다. 귀가 안 좋아서 보청기를 낀다. 그게 다다.
안경은 아무도 안 쳐다보지 않나. 도수가 몇이냐고 묻지도 않는다. 잘 보려고 쓰는 거니까 그냥 쓰는 거다. 보청기도 똑같다.
처음엔 챙길 게 많아 보인다. 몰드도 갈아야 하고 자리도 신경 쓰고 서류도 내고. 근데 안경도 도수 바뀌면 다시 맞추러 가고 깨지면 또 가고 한다. 결국 비슷한 일이다. 하다 보면 그냥 하는 일이 된다.
같은 상황에 계신 분들한테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처음이 복잡할 뿐이지 생각보다 별일 아니다. 순서만 알면 된다. 그 순서를 아무도 안 알려줘서 이렇게 적어두는 거고.
아이는 그냥 자기 삶 살면 된다.
교실에서 쓰는 장치와 기기를 실제로 바꿔본 이야기는 따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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